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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리 Jan 09. 2018

세일즈맨 칸타로가 안내하는
달콤한 도시, 도쿄! ②

넷플릭스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속 디저트들을 언젠간 먹어보리

넷플릭스재팬의 미식드라마


넷플릭스재팬의 오리지널시리즈는 유독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많이 선보인다. 2016년의 [심야식당 : 도쿄 스토리], 2017년 3월 릴리즈된 [방랑의 미식가], 그리고 2017년 12월 가장 따끈따끈한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까지.

TV도쿄와 공동기획으로 제작한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은 이제까지의 드라마와는 달리, 특유의 병맛 영상미와 빠른 전개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일본 미식드라마의 고전이라 일컫는 [고독한 미식가]의 디저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칸타로와 고로 상 모두 세일즈맨이면서 외근 중 맛집을 탐방하지만 칸타로의 것이 좀 더 변태스러우면서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주제가 그냥 디저트도 아니고 일본의 디저트 아닌가! 일본인들은 디저트 하나도 예술로 만드는 장인들이다. 어느 누구도 칸타로가 탐미하는 도쿄의 디저트들을 거부할 수 없다.


지난 글에 이어 에피소드 7화부터 12화까지의 디저트들을 소개한다. 글 말미에는 드라마 속 디저트 가게를 모두 정리한 구글맵도 함께 첨부한다.


에피소드7. 사바랭(Savarin)

칸타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프랑스 대표 디저트 사바랭(Savarin)의 리뷰를 본 회사 동료 도바시 상. 부장과 함께 요코하마로 외근을 나가게 되고, 카페 러세르슈(Café Recherche)에 들러 칸타로가 맛보았던 그 사바랭을 먹게 된다. 사바랭은 「미식 예찬」으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의 이름을 딴 디저트다.(무려 그의 이름을 딴 치즈브랜드도 있다.) 브리오쉬 생지에 시럽을 흠뻑 스며들게 한 뒤 강한 럼주를 더한, 어른을 위한 디저트다.

카페 러세르슈는 브리오슈 생지를 일부러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수분을 제대로 날려 굽는다. 오렌지 껍질과 향신료의 풍미 가득한 시럽에 하룻밤 동안 푹 재워내는데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단단함이다. 부드러운 생크림과 커스터드크림, 럼 레이즌, 그리고 새콤달콤한 살구쨈까지 발라내면 완성. 이 모든 것이 입 안에서 완벽하게 융합될 때 "당신은 하늘을 우러러보리라."

* 카페 러세르슈(Café Recherche)
Add. 2-45 Mugitacho, Naka Ward, Yokohama, Kanagawa
Tel. +81 45-264-4837
Web. http://cafe-recherche.com
Open Hours. 12:00-18:00 (월-화요일 휴무)


에피소드8. 오하기(Ohagi, お萩)

황금 같은 휴일에 부장의 아들 나오키 군을 돌봐야 하는 칸타로. 칼 같은 그가 부장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부장의 동네 사쿠라신마치(Sakura-shimmachi)에서 맛볼 수 있는 궁극의 달콤함 때문이다. (요즘 회사상사가 저러면 바로 고용노동부 신고감인데..) 동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쿠라신마치는 벚꽃이 아름다운 오래된 주택가이다. 이곳에서 칸타로의 마음을 훔친 달콤함은 바로, 일본의 전통떡 오하기(Ohagi, お萩)를 판매하는 '타케노와 오하기(タケノとおはぎ)'. 바로 옆의 와인가게 에이프런스푸드마켓(Aprons Food Market)의 사장이 자신의 할머니 타케노 상이 만들어 주시던 추억의 오하기를 이 세상에 남기기 위해 연 가게다.

일본식 팥떡인 오하기는 우리의 오메기떡과 비슷하다. 옹심이처럼 동그랗게 빚은 찰밥을 팥 앙금으로 감싸 안은 모습이다. 반대로 주먹밥처럼 팥 앙금을 찰밥 안에 넣기도 한다. '타케노와 오하기'는 이런 전통적인 오하기를 새롭게 재해석한 형태로도 선보이는데, 모던한 갤러리 같은 공간에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더욱 감동스러운 부분은 바로 오하기가 정갈하게 보관되어 있는 나무상자 디스플레이, 그리고 오하기를 정성스레 포장해주는 모습과 포장테이프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끔 배려하는 모습이다.

오하기를 사 온 칸타로에게 요즘 누가 오하기를 먹냐며, 촌스럽다고 안 먹을 것처럼 얘기하던 나오키 군. 결국 칸타로가 안보는 틈을 타 금단의 열매를 먹고야 만다. 부드러운 팥의 식감이 일품인 통팥 오하기에 이어 시선을 사로잡는 살구와 바닐라 오하기. 바닐라 앙금을 올리고 꽃잎처럼 장식한 오하기다. 다음은 코코넛과 레몬 껍질 오하기로, 코코넛의 달콤한 풍미 속에 상큼한 레몬 껍질의 산미와 향이 가미되었다. 벚꽃마을 사쿠라신마치답게 사쿠라 오하기도 있다. 해초소금과 천엽벚꽃절임으로 만들어 입 안 가득 봄 내음이 나는 것만 같다. 초록색 마블 모양의 쑥과 말차 오하기도 있다. 쑥의 풍미와 말차의 쌉쌀함, 이 두 맛이 마블 무늬에 따라 바뀌며 균형을 맞추어간다. 마지막으로 아몬드/호두/헤이즐넛/피스타치오, 네 가지 견과류가 섞인 오하기까지. 나오키 군의 디저트 첫 경험을 빼앗았다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칸타로.. 과연 나오키도 나중에 커서 칸타로처럼 달콤함의 길로 빠질 것인가.

* 타케노와 오하기(Takeno To Ohagi, タケノとおはぎ)
Add. 1-21-11 Sakurashinmachi, Setagaya, Tokyo
Tel. +81 3-6413-1227
Open Hours. 12:00-18:00 (월-화요일 휴무)


에피소드9. 에끌레어(Eclair)

왜 그가 이토록 달콤함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었던 에피소드. 병적으로 단 것을 싫어하는 치과의사인 어머니 때문에 칸타로는 어릴 때부터 디저트를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지 말라면 하고 싶고, 먹지 말라면 더 먹고 싶은 게 닝겐의 본능 아닌가. 어릴 적 장롱 안에 숨어서 그의 첫 달콤함이었던 에끌레어를 맛본 후 오히려 맹목적인 디저트 덕후가 되어버렸다. 한적한 메구로(Meguro)에 위치한 프랑스 양과자점 뤼 드 파시(Rue De Passy)에서 농땡이 타임을 보내려 했으나, 갑작스레 집에 온다는 어머니의 연락으로 깨져버린 평화. 급히 포장해 온 에끌레어를 집 안 어딘가에 숨긴다. 어머니는 오자마자 단 것이 없는지 구석구석 뒤지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잠이 든다.

어머니의 급습으로 당이 급격히 떨어진 칸타로가 꺼낸 비장의 무기! 설탕과 물엿으로 만든 립글로스. (넌 역시 상또라이..)

꽁꽁 숨긴 디저트를 꺼내 굳이 잠든 어머니 앞에서 금단의 달콤함을 맛보기로 한 칸타로. 코코아가 섞인 짙은 슈 반죽에 초콜렛 크림이 넘쳐흐를 만큼 들어있는 에끌레어 쇼콜라. 그리고 캐러멜 크림이 들어있는 가느다란 슈 반죽 위에 캐러멜 퐁당이 들어간 에끌레어 캐러멜. 프랑스 과자의 정석이자 뤼 드 파시의 시그니처메뉴다. 특히 손수 만든 캐러멜 베이스에는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서쪽 해변 게랑드의 소금이 소량 사용되는데, 그 적은 양의 소금기가 캐러멜을 더욱 농후하고 달콤하게 만든다. 

*뤼 드 파시(Rue De Passy)
Add. 3-17-6 Takaban, Meguro, Tokyo
Tel. +81 3-5723-6307
Web. http://r-passy.blogspot.jp
Open Hours. 10:00-19:00 (수요일 휴무)


에피소드10. 캐러멜 푸딩(Caramel Pudding)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이 가진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칸타로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낮에 먹는 푸딩보다 밤에 먹는 푸딩의 매력이 강함을 어필한다. 특히 야근 후 음미하는 달콤함이라면 더더욱. 푸딩을 맛있게 먹기 위해 야근을 자처하고, 갑작스레 가게 된 회식 자리에서 마주한 안닌두부(杏仁豆腐)까지도 외면하고 만다.(지독한 닝겐..) 안닌두부는 일본의 중식당에 가면 후식으로 꼭 나오는 푸딩 같은 음식인데, 우리나라의 자장면처럼 국적이 애매하다. 안닌은 중국으로 살구를 뜻하고, 두부는 식감이 두부 같아서 붙은 이름이리라.(마치 모찌리도후처럼!)

회식에서 빠져나와 서둘러 아카사카(Akasaka)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쎄두에(Esse Due)로 향하는 칸타로. 1998년 오픈한 이곳은 화덕구이 나폴리피자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정통 이탈리안음식이 있다. 티라미수와 젤라또, 아포가토 등 이탈리아 대표 디저트까지. 칸타로의 주문은 '농후 크림 푸딩'. 본국에서 '크레마 캐러멜라타(Crema Caramellata)'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훌륭한 전통 디저트다. 이곳의 캐러멜 푸딩은 마치 조각케익과 같은 모습이다.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노른자/설탕/바닐라빈/우유/생크림, 오직 이 다섯 가지 재료의 배합이 맛과 식감의 기초가 된다. 이곳에선 푸딩을 지름 20cm가 넘는 크기로 만드는데, 이 크기의 가운데까지 기포 없이 균일하게 익히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다. 덜 구우면 푸딩이 단단하게 서지 않고, 너무 구우면 부드러움이 사라진다. 장인의 손길이 아니면 구현되기 힘든 예술작품이다. 작년에 아카사카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 일로 저 가게 앞을 수도 없이 걸었는데, 어째서 나는 지금에서야 에쎄두에를 알게 된 것인가. 그저 한탄스러울 뿐이다.

안닌두부 양과 카라멜푸딩 양이 칸타로를 두고 싸우는 모습... 우리 둘 중 누구야! 선택해! 라는 말에 그는 조강지처인 푸딩 양을 택했다.
* 에쎄 두에(Esse Due)
Add. 6-11-13 Akasaka, Minato, Tokyo
Tel. +81 3-3585-2232
Web. https://www.esse-2.com
Open Hours. 월-금요일 11:30-23:00, 토-일요일 11:30-22:00 (Break Time 15:00-18:00)


에피소드11. 초콜렛(Chocolate)

개인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도쿄의 동네, 도미가야(Tomigaya). 하라주쿠에서 요요기공원을 가로질러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나오는 동네로, 후글렌도쿄와 모노클샵, 라이프선, 아키반도 등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샵과 카페가 가득한 동네다. 이곳에서 칸타로의 간택을 받은 달콤함은 바로 2014년에 문을 연 초콜렛 가게, 미니멀(Minimal)이다. 가게 이름처럼 카카오라는 최소한의 재료를 고집하며, 카카오 자체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 칸타로가 달콤함의 세계를 전도한 이는 회사 동료 다카라베 상.

초콜렛의 개성은 콩의 개성이다. 미니멀은 더 좋은 카카오를 찾아 전 세계의 카카오 농장을 직접 방문한다. 가게의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보고 짐작할 수 있듯 미니멀에서는 아이티, 가나, 베트남 등 세 대륙의 카카오를 선별하는데,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잘게 부순 카카오의 크기가 0.001mm만 틀어져도 식감이나 향, 녹아 나오는 카카오버터의 양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는 커피콩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미니멀에서의 시작은 카카오 펄프주스. 카카오 열매를 짜낸 것인데, 남국의 과일답게 과일향이 풍부하다. 그다음은 프루티베리라이크 초콜렛. 카카오를 굵게 부숴 만들었기에 씹는 식감도 좋고, 카카오 본연의 베리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미니멀의 파티셰가 정성스레 만들어 선보이는 궁극의 초콜렛 디저트, 퐁당타르트쇼콜라. 초콜렛을 다양한 식감과 반죽, 온도로 즐길 수 있는 디저트로,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다. 오키나와산 후추로 스파이시한 향을 가미했고, 꿀 캐러멜을 고소하게 구운 튈을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향기와 식감을 자극한다. 초콜렛에 정통하기에 선보일 수 있는 대담하고도 섬세한 작품이다. 타르트를 포크로 가르면 그 안에서 가나슈가 흘러나오는데, 초콜렛 아이스크림과 먹으면 입 안에서 뜨거운 초콜렛과 차가운 초콜렛이 함께 녹으며 말로 다할 수 없는 희열을 선사한다.

* 미니멀(Minimal, ミニマル)
Add. 2-1-9 Tomigaya, Shibuya-ku, Tokyo
Tel. +81 3-6322-9998
Web. https://mini-mal.tokyo
Open Hours. 매일 11:30-19:00 (연중무휴)


에피소드12. 몽블랑(Mont Blanc)

[샐러리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마지막 에피소드. 일이 너무 바빠 단 것을 먹지 못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칸타로. 오늘은 야나카(Yanaka, 谷中)의 서점 다섯 군데를 돌아야 한다. 발길을 바삐 옮기던 중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와구리야(Waguriya, 和栗や)에 도착한다. 와구리야는 밤 디저트 전문점으로, 2011년 8월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서 압력가마로 갓 구운 햇밤 한 알을 맛본 칸타로, 밤 본연의 자연스러운 달콤함에 홀려 외근을 부리나케 마치고 다시 와구리야로 돌아온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가을의 맛, 궁극의 가을 디저트 밤! 갓 수확한 햇밤을 감로로 끓인 '햇밤 감로'를 먼저 주문한다. 밤 감로는 보통 밤의 겉껍질과 속껍질을 벗긴 뒤 열을 가해 당밀에 며칠 동안 재워 단 맛이 스며들게끔 하는데, 와구리야에서는 갓 수확한 밤을 매일 아침 그날 판매할 양만큼만 가게에서 익혀 당밀에 살짝 굴린다. 그 방법이 햇밤의 깊은 맛과 좋은 향기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밤의 품질에 자신 있기에 고집하는 와구리야만의 방식이다.

그다음 메뉴는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이 가게의 시그니처, 몽블랑(Mont Blanc). 보통 밤 디저트는 향기를 돋우기 위해 술이나 향료를 사용하지만, 와구리야에서는 밤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다. 풍부한 맛의 비결은 바로 밤의 신선도다. 갓 수확한 밤이 가진 그 자체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밤의 가시를 형상화한 오리지널 머랭을 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들어간다.

오늘도 그는 자신이 맛본 달콤함과 혼연일체가 된다.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지. 내가 밤이고, 밤이 내가 되는..
피날레답게 칸타로와 도바시가 신명나게 춤을 추고, 이제까지 먹었던 디저트들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덕분에 나도 맛있었어, 칸타로!
* 와구리야(Waguriya, 和栗や)
Add. 3-9-14 Yanaka, Taito-ku, Tokyo
Tel. +81 3-5834-2243
Web. http://waguriya.com
Open Hours. 11:00-19:00 (월요일 휴무)


* 드라마에서 칸타로가 맛보거나 추천했던 가게들을 정리한  '칸타로의 디저트맵'을 공유한다.


작년에 도쿄만 네 번을 갔는데, 왜 이제야 넷플릭스에 나타난 거니, 칸타로! 난 언제쯤 당신이 맛본 도쿄의 디저트 가게들을 가볼 수 있을까?


그건 바로...


"오직 달콤함만이 알고 있으리"
신(神)이 일본어로 '카미'인데, 달콤함을 뜻하는 '감미'와 발음이 비슷해서 재미있는 표현이 되었다. 오직 신만이 알고 있겠지- 가 아닌, 오직 달콤함만이 알고 있겠지.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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