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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마고 Dec 17. 2020

깊이에의 욕망

짧은 안도의 기록

몰두할 수 없음의 고통에 관해서, 심시선이 아이들을 키울 때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얼마나 공감했을까. 육아의 즐거움은 가볍고 다채로운 세계를 처음부터 다시 복습한다는 데서 오지만 그 즐거움이란 몰두의 깊이를 보장하지 않는다. 아이와 추상의 세계를 유유히 헤엄치려면 몇 년을 더 경쾌하고 시시콜콜한 구체의 세계에 머물러야 할까? 심해를 두려워하면서도 늘 그리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오래간만에 감당하는 어제 몇 시간의 이미지 생산이 얼마나 큰 호흡 같았는지. 내게는 호흡같았던 이 시간이 누군가가 수십 번 숨을 참아내야 했던 씬(scene)이었다는 아이러니. 수백 개의 문장을 갖다붙이고 싶지만 육아는 잔인한 것이다. 심시선이 그 네 아이를 어떻게 견디며 키웠을까. 심시선은 심지어 이름도 시선인데.


심시선에겐 보모가 있었을까? 그렇게 멋진 글들을 쓰기 시작했을 땐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고 난 나이가 된 이후였을까? 당연히 코로나19 같은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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