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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할매 Jan 27. 2023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어!

한 할머니의 인생 그림책

작년에 했던 일들 중 잘한 일 하나.

그림책 자서전을 만들었다.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어느 날,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내 시선을 끌어당기는 거리 풍경이 있었다. 어르신 그림책 자서전 만들기 프로그램을 알리는 지자체의 홍보 현수막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또래 이상의 할머니와 그들 가운데 몇 분의 남편들이 자신들의 지난 세월을 톺아보기 시작했다.

떤 부부는 할아버지의 일제강점기 징용부터 전쟁을 거쳐 5.18까지 살아있는 현대사로 점철된 삶 속에서 6남매를 키운 이야기, 어떤 할머니는 몸소 겪은 5.18 이야기, 또 어떤 할머니는 전쟁 후 보육원 경영하며 아이들 키우며 살아온 이야기들이 넘쳤다. 늙어서 대학원 공부했다는 여든 넘은 할머니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인문학당 공간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낯설지만 치열한 시공간이었다.

 역시 16쪽의 그림과 글로 내 삶의 풍경을 그렸다. 내가 이생을 살게 된 근원으로서의 엄마 이야기를 담은 내 유년의 꽃밭과 엄마가 세상 떠나시던 날 풍성하게 내렸던 3월의 설경 그림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페이지는, 비록 가난과 고통 속에 한 생을 살았지만 편안한 모습으로 이생을 접은 엄마처럼 나도 그렇게 평화롭게 떠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내 미래 무덤의 풍경으로 마감했다.

돌이켜보니 힘들었던 시절도 행복했던 시절도 모두 내 삶의 갈피갈피를 이루는 그리움들인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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