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이제 편하게 살면 안돼?
정초 연휴에 큰딸내미에게 세배를 받으며 당부했다. "'따뜻한'의사가 되길 바라."
좋은 대답과 함께 딸은 엄마의 한 해 계획을 묻는다. 평소 까칠하기만 한 아이들이라 내 이야기를 삼가하는 편인데 그만 속내를 내보였다!평소에도 선택의 결정장애가 있는 나는 올해 하고싶은 일 두 가지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모교 사이버캠퍼스에 3학년 편입을 앞두었고 다른 하나는 무등산 지오멤버 교육과정에 들어가고 싶은 거다. 내가 선택해서 먼저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게 맞을 거 같은데 한편 봄날의 무등산을 탐하는 욕심이 올라온 거다.
딸은 다그쳐 묻는다. 학교에 가는 목적이 뭔지, 무등산 지오멤버는 뭔지...듣고 난 후 한숨을 폭 쉬며 말한다.
엄마 이제 편하게 살면 안돼?
그냥 까닭 모를 눈물이 퐁 솟는다.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제부터 서서히 늙어갈 텐데 앞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노인이 앓게 된다는 인지장애증을 비켜 가고 싶은 욕망이 크다. 오래 전 까마득한 시절이었지만 아버지도 그 병을 앓다 가셨고 엄마도 마지막 즈음에 그렇게 떠나셨기 때문이다. 순리대로 따르기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지금 온전한 정신일 때 한 번 더 깨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