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드디어 기말고사 한 과목을 마저 치렀다. <언어학의 이해>와 다른 다섯 과목의 평가가 곧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깜냥껏 한 학기를 견딘 나 자신의평가가 될 것이다.
대학 졸업 후 10여 년만에 시작했던 대학원 공부도 이렇게 힘들었지만 그 후 30년 만에 시작한 사이버대학교 수업도 만만치 않았다.
공교롭게도 대학원 첫 수업이던 언어학이 이번 사이버대학교 첫 수업이었다. 수업 내용을 받아들이고 소화하기엔 둘 다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이번엔 마음 깊이에서 샘솟는 기쁨이 있었다. 머릿속에만 저장됐던 한글의 자랑스러움을 세계의 언어 역사를 통해 구체화하는 기쁨이 있었고 인간의 문화가 언어를 통해 꽃 피움을 확인하는 소중한 탐색도 보람찼다.
한 학기 동안 내 본분에서 비껴 나지 않으려고 나름 애썼지만 마음과 달리 엉성해지는 딸내미집의 살림살이도 손주를 돌보는 손길에도 어설픔이 적잖았을 터... 잘 참아준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기 그지없다.매듭 하나를 예쁘게 완성한 스스로에게도 칭찬의 마음이 그득하다. 지금은 학기를 시작할 때처럼 모호하지 않다. 나는 왜 이러고 살며 고생을 자초하나 하는 어두운 마음은 한 자락도 없다. 나는 분명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므로.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끝내 모르고 지났을 삶들이 아주 많았다.
한국어학 수업과 함께 진행한 다문화 심리상담학과 수업은 그동안 티브이를 통해서나 조금 알았을 뿐인 이민자들의 현황을 제법 심도 있게 배웠다. 특히 우리나라로 삶터를 옮긴 결혼이주여성들의 팍팍한 삶은 수업하는 도중에도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위해 낯선 나라에 먼저 정착한 후 본국의 아이들을 데려온 경우의 '중도입국자녀'라는 이름의 청소년들 앞날은 너무나 절망적인 경우가 많았다.
공허한 오지랖 할매가 아니라 세심한 눈길로 보듬는 한국인 할매가 되기 위해서라도 다음 학기를 계속해야 할 명분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앞으로 백세 인생을 살 것이라 하지만 제정신으로 실제로 잘 쓰일 날은 10년을 바라보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쉽지 않은 세월을 사는 동안 쌓아온 배움들과 경험들이 꼭 필요한 곳에서 보람 있는 인연으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