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독한 엄마는 아닙니다만
"어떻게 핸드폰을 안 보여주고 키우는 거예요?"
최근에 일이나, 미팅 혹은 사적인 관계로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관심 있게 지켜보신 분도 있고, 오래 알고 지냈지만 비교적 최근에 출산을 하면서 육아라는 키워드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주신 분도 있어요.
어... 그냥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우리 집은 TV도 없고,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도록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다 라는 개념에 노출한 적이 없어서, 이렇게 지내는 게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반대로 '다른 애들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 집은 어떻게 안 보여주게 되었을까? 곰곰이 되짚어 보자니 아이가 태어나던 해인 2016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조금의 결심이 필요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아이를 낳던 그즈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절대 네 뜻대로 안 될 것이다.'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를 걱정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렇게 말했어요.
'식당에서는 안 보여줄 수 없다. 어쩌려고 하냐.' '떼를 쓰고 울 것이다.'
36개월쯤 지나니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유치원 가면 안 보여줄 수 없다.'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걸 몰라서 따돌림을 당하게 될 것이다.'
유치원을 졸업하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튜브로 배우는 게 얼마나 많은데, 교육에 도움이 된다.'
이런 대화의 가운데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아이와 부모를 부정하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렸어요. 스마트폰을 보여주기로 한 부모처럼, 저는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기로 한 부모일 뿐인데... 자주 논쟁거리가 된 느낌이 들었죠. 아니 제가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준다고 탓한 적도 없는데...세상 독한 엄마로 프레임을 만들어 씌우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를 보여줄 것인가 말 것인가, 스마트폰을 쓰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첫째가 점점 자라면서, 그리고 유별난 둘째가 태어나면서 오히려 '여차하면 보여주고 말겠어.'라는 생각도 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단지 아주 어릴 때는 제한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하고 선택하고 실천해 온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아이가 선택하고 실천하는 일이 되었는데, 이런 삶의 방식 때문에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각자 가정의 사정이란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첫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질문이 조금 달라졌어요. 안 보여주고 키우는 실질적인 팁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유튜브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그 댁은 어떻게 그렇게 했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2016년 7월 첫째를 낳기전 '가능하다면 조금 오래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아야겠다.' 하고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보내는 동안, 아주 소소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육아의 루틴을 만든 법을 공유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너무 장황했나요? 혹시나 불편하실 분이 있을까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에 찬반을 이야기하는 글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저 역시 언제든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다만 아직까지는(!) 초등학교 갈때까지 보여주지 않고 지내는 집의 사례정도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조금 천천히 느긋하게 두아이와 함께 보내는 아날로그 육아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