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오늘도 일탈을 꿈꾸며

by Dee

이 시간을 사랑한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고 나만 숨을 쉬는 것 같은 이 시간.
창 밖에 바람은 솔솔 불고, 차들은 파도소리처럼 쏴악 소리를 내면서 자기가 온 자리를 기억하겠다는 듯이 수없이 경쾌하게 밀고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검은 하늘에 풍뎅이가 콧방귀를 뀌나 했더니 오토바이 소리가 파도소리를 획하고 가른다. 아름다움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도심에서도, 바삭한 밤공기에서도.

반복이 싫다. 예견되는 패턴의 반복이 무섭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 어떤 시시한 동작 하나에도 힘을 실지 못한다. 세상은 규칙과 불규칙으로 설키어 돌아간다. 난 그 세상 속 어디쯤에 있는 걸까.

평범하지 않은 내일을 꿈꿔본다.
내일은 일탈할 것이다.
가볍고 싶다. 얇은 리넨 바지와 짧은 카디건을 흐를 듯이 걸치고 있는 휴대폰 배경 사진의 그녀처럼 한없이 늘어지듯 가볍고 싶다. 물리적인 체중의 측정에서 벗어나 그냥 가벼울 수는 없는 걸까? 솔직히 내가 아무리 무겁다한들 의식의 무게보다는 가볍다. 무의미하지 않고 가볍지 않고 영구적인 자유로움을 꿈꾼다. 꿈꾸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쉼 없이 파도가 친다. 풍뎅이도 그 파도를 한 번씩 건넌다. 고요해지는 순간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려고 입을 가득 부풀어 숨을 참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오후는 일탈을 할 것이다.
산 좋고 물 좋고 다 좋은 곳은 없다 하지만 난 물고기자리이기에 몽상을 한다. 서늘하고 목이 타지 않고 누구의 이목도 느끼지 않은 채 은은히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함께 가볍게 아주 가벼이 찻잔을 들고 책을 어루만질 것이다. 내일만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워질 것이다. 1 그램도 되지 않은 나와 마주하며 실없이 웃으며 데이트하는 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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