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한다

by Dee

수영한다. 물속을, 태곳적에 내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내가 생긴 곳은 애초에 땅이 아니라 물이었지. 형태도 없고, 오직 침잠만 했었던 실체가 없었던 그곳. 나의 고향, 자연의 엄마. 물속을 허우적거리다 내 그림자와 만난다. 물밑에 드리워진 시커먼 또 다른 나. 말도 없이, 고집도 없이 그냥 나만을 의지해서 따라오는 나. 말을 했지. 손짓으로, 몸짓으로. 그림자를 바라보면 우주에서 유영하듯 빛도, 나와 마주한 그림자도, 생각도 다 사라져 간다. 늘 궁금했다. 나의 물밑의 그림자인 또 다른 나를 만나면 왜 숙연해지는지, 모든 소리와 빛이, 생각이 까맣게 흩어지는지, 멍해지는지. 길을 잃을까 싶어 다시 물 위의 세계로 돌아온다. 꿈에서 깬 것 마냥 소란한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백가지 생각이 한 번에 떨어져 머리를 헤집고 들어오고, 냉랭한 한기가 몸을 지나간다. 실제 세계와 마주하는 순간. 소스라치게 두렵다. 둥지를 잃은 새처럼 난 발붙이고 안주할 곳이 없는가. 있으나 찾아갈 수가 없다. 바다를 보러 왔다. 있으나 돌아갈 수 없는 푸르른 저 바다에 하염없이 그리움을 던져본다. 끝없이 흩어지고 회답하는 포말. 말이 없다. 그림자도, 바다도 말이 없다. 그런 바다와 얼굴을 맞대고 눈을 감고 어루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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