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소설책

F. 스콧 피츠제럴드 , 김욱동 옮김

by Dee

위대한 개츠비 by F. Scott Fitzgerald
: 개츠비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이야기...

젊은 시절 품은 형체 없는 첫사랑이라는 꿈과 성공을 쫓아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한 남자, 제이 개츠비.
영어원문으로 읽었는데도 설명할 수 없는 슬픈 목메임과 비정한 현실세계에 대한 착잡함이 일어났다. 한글판으로 읽었으면 아마 한 주일 동안 내 감정이 저기 바다 심연 속으로 침잠했을 것이다.
1920년대 배경이지만 저택, 차, 의상 등의 외적인 소재를 제외하고는 지금 현실과 별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어느 시대건 사람이 있는 이상, 생각과 삶은 그리 먼 곳에서 궤도를 그리지 않는다. 다 거기서 거기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상류사회의 부와 가문, 학벌 등의 힘을 과시하는 겉껍질을 쓰고 매일 성대한 파티를 여는 의문의 사나이 개츠비. 옆집에 이사 온 닉은 개츠비를 알아가며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뱀의 허물을 벗기듯 그의 정체를 알아간다. 알고 보니 개츠비는 가난한 집의 똑똑한 아이로 태어나 거대한 이상을 꿈꾸지만 시궁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다 우연히 백만장자 코디를 만난다. 코디는 그의 야망과 능력을 보고 사업과 사교, 예절을 가르친다. 한때 장교로 있을 때, 데이지라는 재력 있는 집안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다. 그들은 사랑에 빠지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개츠비가 멀리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지는 톰 하디라는 거물을 만나 결혼해서 떠나버린다. 개츠비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자기의 사랑을 되찾으리라는 큰 꿈을 품는다. 무일푼인 그가 재력가가 되어 데이지를 찾는 길은 멀고 험했으리라. 개츠비는 부를 빨리 쫓기 위해서 검은손과 결택 했다. 그의 목적은 숭고하고 뚜렷했지만 수단은 옳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신분으로 American dream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느 날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길 바라지 않는 이상 그는 악의 무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래성 같은 부를 쌓고 데이지가 사는 저택의 건너편 해안에 집을 사 데이지 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별처럼 뿜어져 나오는 초록빛을 보며, 매일 화려한 파티를 열어 데이지를 아는 사람과 우연히 마주치기를 고대한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첫 재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애절하고 눈물겹다. 사랑 앞에 개츠비는 서른이 아닌 순수한 소년이었고 꿈을 이루는 순간 그는 흘러내리는 눈물만큼 맑고 빛이 났다. 데이지의 바람둥이 남편 톰 하디에게 환멸을 느끼고 상류층의 일상- 물질주의에 절은 현실주의자의 삶-에 지루함을 느끼던 데이지는 구덩이에 빠지듯 개츠비에게 푹 빠졌지만 그들의 관계를 들키고 남편으로부터 개츠비의 정체에 대해 듣는 순간 그녀는 갈등한다. 그녀는 옛날의 순수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돈이라는 안락함에 물들고 세속적으로 변한 상류층의 일반적인 그저 그런 여자였던 것이다. 그녀가 흥분한 채 운전대를 잡다 과속으로 남편의 정부를 치어 죽였을 때마저 개츠비는 데이지의 죄를 덮어쓸 각오를 하고 데이지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정부의 남편은 아내의 불륜과 죽음에 흥분해 톰 하디(데이지의 남편) 말만 듣고 오해로 게츠비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평생 쫓아온 꿈을 이루고 한순간에 죽는 그 허망함이란! 데이지는 이미 남편과 도망치듯 살던 곳을 떠났는데도 말이다.

비가 오는 날 치러진 개츠비의 장례식. 닉과 허름한 옷을 입은 개츠비의 아버지 외에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성대하고 화려한 파티에 와서 개츠비와 관계를 맺은 수많은 사람들, 재력가 개츠비를 만든 사람과 동료,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 파티에서 본 수상한 어떤 한 사람이 나타나긴 했지만... 미디어에서만 게츠비의 죽음에 대해 다룰 뿐 그 외 누구도 그를 추모하지 않았다.

정부의 남편에게 개츠비의 집을 알려준 비열한 데이지의 남편. 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삶의 안락함을 찾아 양심을 버린 데이지. 자기에게 이익이 안된다면 쓰레기처럼 바로 버릴 수 있는 속물근성의 사람들. 이들을 뒤로 한채 닉은 개츠비를 이 사람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개츠비의 흔적에 머물며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책을 쓴다.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신대륙으로 뛰어든 수많은 이민자들. 위대해지기 위해 그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본래 땅의 주인인 1억이 되는 인디언을 사살하고 한때 노예였던 흑인을 희생으로 삼고 자본주의와 상업주의 하에 빠르게 강대국이 된 미국. 미국이란 국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희생 없는 발전이란 없으니까.

인간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유지하려는 자와 나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자의 투쟁.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자는 절대 알 수가 없다. 없는 자, 나아가려는 자의 비애와 고통을...


개츠비가 평생 쫓은 사랑이라는 잡히지 않는 비현실적인 꿈. 그러나 가장 순수한 꿈이자 이상이었다. 그가 추구한 건 권력이나 부가 아니라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이었기 때문에. 물론 사랑으로 그의 불법적인 사업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왜 과거를 돌릴 수 없냐고? 그때로 돌릴 수 있다"라고 반문하던 개츠비. 앞만 보느라 옆도 뒤도, 변한 현실을 보지 못하는 그. 사랑을 찾은 뒤 그는 목적지에 도달하자 알 수 없는 고독, 허무함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어쩌면 개츠비가 사랑보다 물질, 상류층 가정이라는 안락감을 찾아 비겁하게 도망간 데이지에 대한 사실을 모르고 세상을 떠난 것이 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데이지와 재회했을 때 상기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며 진땀을 흘리는 아이 같은 개츠비의 묘사가 참 좋았다. 내게는 이 부분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생각한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보편적인 주제를 흡인력 있게 그려가며 매우 서정적, 시각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땅에 발을 딛고 현실적으로 살아야 하는 나이 서른. 내가 데이지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니 나도 그리 순진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간직하던 순수함과 이상을 잃어버린 나이. 내 안의 변화는 급격하게 오지 않았다. 물질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에 취해 나의 순수한 정신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서른 살-고독의 십 년을 기약하는 나이, 독신자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 야심이라는 서류 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 머리카락도 점점 줄어드는 나이가 아닌가.

정신적인 것을 중요시하고 절제력이 있는 닉이 개츠비를 낭만적인 이상주의자라고 일컫는 것은 물질주의 사회 속에서도 지켜야 할 그의 숭고한 정신이 아닐까 싶다.

소설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신에 대한 기대감,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결말을 맺는다.

작가 연보를 보면 피츠제럴드의 경험으로부터 개츠비가 탄생함을 알 수 있다. 자전적인 소설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인물들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감성적으로, 인물의 마음속에 들어간 것처럼 그릴 수 있을까. 그에 더해 1920년대의 미국의 경제, 사회적 분위기, 문화까지 담은 역사적인, 그러나 보편적인 소설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이 왜 미국 소설 중 필수 소설로 꼽히는지 알 것 같다. 소설인데 시같이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서 영어 원문으로 보기에는 많이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글도 많다. 그래서 한글판으로만 다시 쭉 읽어 나가고 싶다. 그리고 목이 메게 울고 싶다.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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