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파의 폐해

059. 일단 한다

by Defie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될 것 같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어떡할 거야?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 결과를 모를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상대방이 어떤 반응일지 알 수 없을 때,


일단은 한다.


몇 날 며칠 어떻게 할까? 하지 말까? 를 고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한다'가 전제가 되어있고 이왕 하는 거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해야 결과를 알고, 그래야 나중에 미련이 없다.


조감독으로 시작한 직업선택이 그랬고

금사빠인 탓에 뜬금없는 고백들이 그랬고

치아교정도 그랬고

결혼도 살짝 그랬다.


그리고 일단 하고 나서, 엉겁결에 그 일에 휘말리게 되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한다.

고백이라면 노트 한가득 편지를 쓰고

교정이라면 하지 말라는 것은 1도 하지 않고

취직이라면 예상과는 다른 업무와 야근에 머릿속에 불만은 가득일지라도 '시작한 이상 잘하자'라는 나름의 인생 모토로 머리를 굴리고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고 나서 어느 정도 타 오르고 나면,

그다음 천천히 상황이 파악이 되면서 흠칫할 때가 있다.

'뭐지... 어쩌다 이걸 하고 있는... 거지?'

후회가 된다면 그다음부터 다시 고민이 싹튼다.

'나... 이걸 진짜 원했던 걸까?'


그럴 땐. 우선 참아낸다.

어떤 것에도 의미가 있구나~ ,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아마 이렇게 선택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그때의 나를 인정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해서 스트레스를 조금 상쇄시키고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순간의 충동으로 무의로 돌아가지 않도록, 툭 끊어지지 않도록 견딘다.


그리고 지금,

손안에 꼭 잡고 있는 10여 개의 끈 중

놓고 싶은 세 개의 끈이 보인다.

모든 것은 각기 다르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나로 연관되어있어서 이쪽저쪽에서 나를 잡아당긴다.


하나는 손가락을 너무 꽉 죄어와서

다른 하나는 열심히 잡고 있는데 손가락에서 자꾸만 미끄러져서

하나는 '이거 왜 내 손에 있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다 놓아버리고 싶다.


일단 하는 것보다

벌여놓은 일을 털어내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행동이니 책임을 져야한다, 그것이 어떤 결과이든-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닌데 내일의 나도 잘 파악이 안 되는 지금의 나


과연 한 달 뒤에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셋 중 하나 정도는 해결했기를...

한 달 후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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