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방식

062. 꽃샘추위

by Defie

코트를 입으면서 '이제 좀 얇은 걸 입어야되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침기온과 낮기온이 똑같은 차가운 한낮. 점심을 먹으러가면서 '으악 패딩입고오는건데!'라고 10번정도 되뇌이면서 종종 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산을 정복하는 산악인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하는 시기는 정신 바짝 차리고 '정상을 향하는' 올라가는 때가 아닌, 산 정상에 도착해서 환희를 만끽하고난 후 살짝 들떠서, 조금은 방심하면서 내려오는 하산 길이라고 한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쁠때에는 아플 겨를도, 생각이 많아질 시간도 없더니,

아이와 대화가 통하고, 어찌어찌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하고 나니

그간의 곪아있었던, 바빠서 짐짓 무시하고 살았던 문제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지만

그 조언이 어떻든

아마도 나는 내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리잡아가는 대로 그 다음을 결정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단지 내 '결심'에 대한 증거와 보완책을 찾아가는 것일 뿐

결정을 바꾸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가장 큰 고민이 있을 때

내가 의외로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상황을 전체로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오직 나 뿐이니까-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책을 펼쳐봤던 것도 어느 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다.

일반적이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 속에 내가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찾아내는 것

나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자신만의 잣대로 다시 상황을 오인하게 만드는 지인의 충고보다

제로 베이스에서 내게 자신의 생각만을 던지는 책이 어떤 상황에서는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결정을 내렸다.

이제 그 결정이 부드럽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지금보다 더 괜찮아 질거다.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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