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 꽃샘추위
아이와 대화가 통하고, 어찌어찌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하고 나니
그간의 곪아있었던, 바빠서 짐짓 무시하고 살았던 문제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지만
그 조언이 어떻든
아마도 나는 내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리잡아가는 대로 그 다음을 결정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단지 내 '결심'에 대한 증거와 보완책을 찾아가는 것일 뿐
결정을 바꾸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가장 큰 고민이 있을 때
내가 의외로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상황을 전체로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오직 나 뿐이니까-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책을 펼쳐봤던 것도 어느 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다.
일반적이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 속에 내가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찾아내는 것
나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자신만의 잣대로 다시 상황을 오인하게 만드는 지인의 충고보다
제로 베이스에서 내게 자신의 생각만을 던지는 책이 어떤 상황에서는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결정을 내렸다.
이제 그 결정이 부드럽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지금보다 더 괜찮아 질거다. 어떻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