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083. 꽃

by Defie

내 생일은 7월의 첫날

장마가 시작하기 직전, 더워지기 직전-

그리고 꽃이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많이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정문 앞에 꽃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장미 한 송이 정도는 큰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가격- 그래서 그런지 생일날 꽃 선물을 참 많이 받았었다. 하필 생일 즈음이 기말고사 기간이라 이렇다 할 행사도 할 수 없던 터라 친구들의 미안함과 축하가 빨간 장미꽃으로 한 다발, 두 다발... 전해졌었다.

그때야 매일 봐야 하는 같은 나이의 몇 백 명의 아이들이 모여있었으니 친구가 되기도 쉬웠고 마음을 나누기도 편했던 것 같다.


그런 내 생일의 풍부했던 꽃밭에 흉년이 들기 시작한 건... 대학교 입학하면서 부터.

친구가 줄어들고 내 생일은 방학으로 접어들었고, 그나마 어른에게 꽃을 선물하는 유일한 사람인 '애인'은...

어리고 가난했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드디어 내 생일의 꽃은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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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치이고 일에 치어 꽃이고 뭐고 잊고 살다가, 다시 꽃을 접하게 된 건 약 3년 전 부푼 마음으로 야심 차게 들어간 스타트업 회사 입사 기점이었다. 기대와 현실이 너무도 달라 유난히 힘들었던 시기... 스타트업의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꽃 구독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 아무도 안 주면 내가 주면 되잖아!'라는 진리를 터득했다.


꽤 싸지 않은 가격의 4번의 꽃 구독.

큰 위로와 격려는 되었지만... 인생에 꽃을 다시 들였다는 계기를 준 것 빼곤 그 회사는 이력서에 교훈의 한 줄로 남았다.


그 이후로

가끔 꽃을 산다.

지금 회사 책상은 꽃에게 소개하기엔 다소 비루하고 집에 가져가기엔 조금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꺼리를 찾는다.

갑자기 꽃을 받는 지인들은 내 기대보다 한 3.2배 정도 그 선물을 좋아했다. (100% 여자이긴 했지만)


근처에서 직접 사가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을 담아 택배 아저씨의 힘을 빌리기도 하는데, 요즘엔 다양한 곳에서 꽃을 배달해준다. 1588- 어쩌고 하는 꽃배달 서비스는 왠지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패스! 이를 제외하고 아래의 3가지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꾸까 ㅡ 꽃 구독 서비스로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격주, 주간 등으로 꽃다발을 배달해준다.

꽃다발은 작은 게 15천 원 기본이 25천 원 정도


@어니스트 플라워-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서비스. 현지의 플라워 재배 농부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데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꽃들을 보내주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교보문고 '책 그리고 꽃' -교보에서 추천하는 그달의 책과 꽃다발을 함께 보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책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용해보진 못했지만 페북과 인스타에서 엄청 보이는 이곳


@원 모먼트-작년인가 시작한 꽃 구독 서비스, 조금 특별하게 보일 수 있는 커다란 꽃다발로 인스타에서 히트 쳤다. 애인에게 큰맘 먹고 받아야 할 것 같은 큰 사이즈+다소 고가 / 신입 마케터가 대박을 친 곳이라고 해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꽃다발과 함께 속옷을 같이 선물하라며 검은 속옷을 입은 여자가 웃고있는 광고를 보고... 이용할 생각은 접었다.



월급, 그리고 감사한 연말정산 추가 수입.

집으로 가는 길 엄마께 드릴 작은 꽃 한다 발을 샀다.

꽃다발과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은 소심한 용돈 조금


향기가 너무 좋다며 엄마 얼굴도 환해지셨다.

아마도 꽃보다는 봉투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나를 위한 꽃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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