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과

142. 배려 사이

by Defie

미열이 있어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이틀 연속 이른 오후 귀가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가벼운 장염이란다.

금요일은 친정엄마 찬스로 휴원

다행히 거의 다 나아서 주말을 맞았다.


남동생네서 다 같이 둘러앉아 피자를 먹던 중

아이 어린이집 같은 반 아이 엄마의 난데없는 카톡


상대방은 인사를 하자마자 대뜸 아이가 아팠냐는 이야기를 꺼낸다.

'무슨 일인 거지?'대답은 해야겠다 싶어 장염이었다 정도로 두어 줄답을 하고

어떤 말이 나오는지 기다렸다.


아이들끼리 싸운 건가

무슨 일이 있었나.

아이가 이번 주는 등원도 적게 해서 부딪칠 일이 없을 텐데...


다음 카톡이 보이는1분 남짓한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이 스쳐갔다.


뒤이은 답은

아이에게서 ○○(우리 아이 이름)가 아프다고 들었다. 사실 지금 자기애가 아픈데 이럴 때 열이 나니 찝찝해서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 우리 아이가 뭔가 옮겼나 걱정돼서 연락을 한 거구나...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걱정되기도 했겠다 싶어, 우리도 어디 간 적 없고 장염도 거의 나았으니 걱정 마시라 답을 하는데

글을 쓰면 쓸수록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마련인데

자기 자식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아프다는 아이 안부부터 묻는 게 순서 아닌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픈가요? 다음에 물을 말은 실은 내 아이가 지금 아픈데 찝찝해서... 가 아니라

괜찮은가요? 가 아니었을까?

소중한 내 새끼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한 누군가의 자식이니 말이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안심시키고,

아프다니 걱정이 많으시겠네요.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다음은 정색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해버릴까

그냥 넘어갈까 고민이 이어졌지만

후자로 일단락.


더 이상의 대화가 오가지 않도록

주말 잘 보내시라고 말을 끝맺었다.


개념은 누가 챙겨주는 게 아니고

바뀔 것 같지 않은 상대에게 뭔가 말을 해주는 것조차 내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쪽에서는 대화를 종료했는데

그쪽은 뭔가 머쓱했는지 날씨 이야기가 추가로 이어졌는데, 거기까지 대답할 가치는 없는 것같아 그냥 대화 종료

이후 더 이상의 카톡이 오지는 않았다.


사람은

가장 긴급한 순간

위기의 순간,

힘든 순간에

비로소 인간성을 드러낸다.


단순 실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더 떠올리지 않을 생각이다.

.

.

.

말 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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