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않은

158. 치과

by Defie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던 아이의 아랫니

아프지 않게 뺄 수 있을 만큼 이가 흔들리면

치과에 가야하나, 실로 묶어서 이마를 탁 쳐야하나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가끔은 혀로 툭툭 치면서

가끔은 손가락으로 흔들어보면서

아이의 이는 그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어린이집 등원길

모처럼만에 여유를 부린 엄마가 이를 닦아준답시고 칫솔질을 조금 세게 했다가 그만

흔들리는 그 이를 강하게 건드리고 말았다.

피와 함께 이의 흔들림이 거세졌고 아이는 아프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렇게 이를 빼야할 날이 왔구나.


어린이집 등원은 뒤로 하고, 근처 치과로 향했다.


4살까지만 충치없이 잘 관리한 치아는 이후에도 크게 말썽을 안 부린다고 들었는데

아이의 치아가 다행히 그러한 편-

치과에 가서도 충치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만 해왔던 터라 치과에 대한 아팠던 기억은 없었는데

TV와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치과는 무서워요"하는 이야기에 많이 노출되었는지

언제부턴가 '치과가기 싫어, 아파'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다.


"00(아이이름)야, 지금 이가 아프지? 흔들거려서 아픈거야. 치과에 가서 의사선생님 보여주자"

"치과에 가면 아프단말이야. 나 이빨 꼽기 싫어 (뽑는다는 말을 어디서 이렇게 들은건가...)"

"그럼 뽑지는 말고 안아프게만 하고 오자"


아이를 설득해서 치과에 들어가는 건 성공했다.


그냥 쓰윽 빼주실까 했더니 역시나 전문가!

아이의 영구치가 어디까지 나왔는지부터 사진으로 확인하신다.

다행히 조만간 위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어서 발치 결정!

아이는 겁을 잔뜩 먹은채로 치료석에 앉았다.


불행중 다행인지 엄마가 실수로 너무도 강하게 충격을 주었던 터라 이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빠질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아이에게 공포는 여전


"이 꼽기 싫어요 T^T"

"안 뽑을 건데~"

의사선생님이 이를 뽑는 도구?같이 생긴 펜치를 하나 들고오셨다

"지금 몇살이예요?"

"여섯살.."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펜치가 재빠르게 움직여서 아이의 흔들거리는 이를 뽑아냈다.


"아"라고 말하기도 전에 상황종료.

"자 벌써 뺐지? 안 아팠지?"


어리둥절한 아이는 "네" 라고 말하면서 이 빠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한참 쳐다봤다.


아이의 첫 유치는 귀여운 토끼모양의 플라스틱에 담겨져서 전달

살짝 피가나는 이빠진 곳에 솜을 물고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이제 이도 뺐으니 곧 형님이 되겠네"

(아이는 얼른 빨리 자라서 7살 형님이 되고 싶어한다)

"네!"

"이 빼니까 좋아?"

"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한테 "이빨뺐어요!" 자랑하는 아이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유치가 하나 둘 씩 빠질텐데, 아이에게 치과는 아직도 무섭지 않은 곳이었고

이를 뽑는 것도 금방 '아픈것이 사라지는' 재미있는 이벤트로 기억되게 된 것에 적잖이 안심하면서

남편에게 솜뭉치를 문 아이가 자랑스럽게 브이를 그리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줬다.


하나 둘 쌓이는 성장의 경험들이

되도록이면 아프지 않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옆에서 나 또한 행복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보이지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