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부터 시험날까지 3개월
다른 생각은 모두 잊고 일단 2020년 초에 목표로 했었던
그 시험에만 매진하기로 하고
남편에게도 결심을 전했고 남편의 동의를 얻었다.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갑자기 공부에 매진한다는 엄마른 이해할리는 만무하니
일단 엄마가 회사에 가 있다...라고 생각되는 시간과
그간 공부를 해왔던 새벽시간을 십분 활용,
새벽 4시반 기상, 아이등원 시킨 후 공부시작, 오후 7시에 공부를 마무리하는 하루 일과를 정했다.
시험날짜를 역순해서 공부계획을 짜고
혼자서 하는 공부이니만큼 자기격려? 를 위한 기록용 채널하나를 활성화시키고 공부시작,
하루의 공부를 간단히 기록해나가면서 진도를 나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당췌 개인시간내기가 쉽지않아 새벽을 활용하게 되었고
블로그가 공부로 전환되어온것인데,
의도치 않게 '미라클모닝'열풍에 합류하게된 셈으로, 새벽-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고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딱히 주위에 시험공부를 알리지 않았던 나로써는 적잖이 응원과 위로가 되었었다.
처음에는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웠다. 골치아픈 회사생각, 이러저러 이해관계들은 일단 다 뒤로 재끼고 공부만하면 되니까 - 그래도 해야할 건 해야하는 터라 집을 챙기고, 아침 저녁 가족밥은 잘 챙겨가면서 공부를 이어갔다.
그래도 머릿속 한켠에는 알고 있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진짜 빠듯한 시간이라 어떻게든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것"
처음 브레이크가 걸린건,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는 엄마를 따라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새벽 5시기상, 2시간정도를 꽤나 능률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인데 같이 자다가 어느샌가 사라지는엄마를 따라 아이가 일어나기 시작한것이다. 며칠을 울면서 깨던 아이...고민끝에 새벽의 공부는 자고있는 아이옆에서 인강을 듣는것으로 공부 스케줄을 바꿨다.(어둡고 따뜻한 방에 앉아서 공부하다보면 잠이 솔솔온다는 것이 아주 큰 단점!)
다시 공부 지속, 고등학교때도 포기했던 물리를 차근차근 들었고, 복습을 병행했다. 시간을 절약하는 법은 '돈'으로 노하우를 사는 방법 뿐이다. 모든 과목은 인강을 병행했지만 인강을 듣는다고 다 이해되는 건 아니었다는 것이 함정-
이미 정규강의는 다 들었던 화학복습을 시작했을 때 또 다시 브레이크.
분명히 들었고, 필기까지 별도로 했던 화학이 머리속에서 통째로 사라져있었다. 왜 책을봐도 노트를 봐도 이해가안되는 거지? 그래도 어떻게 놓을 수는 없어 하루에 할당된 화학시간 2시간을 그냥 노트만 쳐다보면서 보내기도 했다. 두어달 후 물리완강, 삼개월중 두달을 그렇게 쓰고, 나머지과목들을 허겁지겁 공부하다가 알게된건, 생물도 지구과학도, 아직 손을 대지 못한 다른과목또한 만만하게 볼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암기량 절대적인 이해의 폭,
과연 나머지 시간에 이걸 다 할수있을까...점점 작아졌다.
"생각보다 공부가 너무 어렵네"
쪼그라든 나에게 남편이 한마디했다.
될놈될 이라고...어짜피 3개월안에 해보기로한거니 힘내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시작
그래도 여전히 어려웠고, 생각보다 내 공부머리는
오래 전에 멈춰있었다. 전과목을 하나씩 보면서
왜 회독을 하고 몇년을 잡고 공부해야하는 시험인지 비로소 몸으로 체감했다.
다시 브레이크가 걸린건 시험을 일주일 남겨둔 요며칠전
그간 공부해온것들을 집약하면서 머릿속에 제대로 잘 개서 넣어두지못한 지식들이 너덜너덜하게 흩어지고 있다는것,
그리고 시험시간 안에 제대로 문제의 답을 낼 수 있을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던 거였다.
파면팔수록 할것은 많고
그 와중에 어이없게도 넣어둔 지식들도 휘발되고있었다.
경험이든 뭐든 좋으니 끝까지 할수있는만큼 하자
그런생각으로 내 멱살을 잡고 책상앞에 앉히고
새벽에 다 듣지못한 기출풀이 인강을 몸풀기로 들은 뒤
시험을 보고왔다.
역시나 5지선다형의 보기들 중 여러개들이 정답인척 손을 흔들어댔고 억지로 억지로 시험을 치뤄냈다.
시험장을 나오니
하늘은 파랬고, 봄이 성큼 와 있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결과에 승복하는 길 밖에 다른 길은 없으니까-
일단은
결과가 나오는 한달여 기간동안 그간 못다한 일들을 다 해보겠다! 라고 시험전까지 계속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야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스티커북을 하나 사고
헤어숍 예약을 했다.
차 안에서 얼마전 컴백했다는 샤이니의 신곡을 들었고, 구독하던 유튜버의 영상을 돌려봤다.
마흔이 넘어서 수험생활을 했던 딸을 위해서 미뤄주신 엄마의 생일파티가 있을 예정이었고,
집에 가자마자 그간 끊었었던 맥주를 한 캔 먼저 시원하게 들이켰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치우고, 진짜로 봄을 맞이해야지.
결과가 어떻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치뤄냈고, 한없이 낯선 과목들과도 이정도로 친해질 수 있었는데, 또다른 어떤 것을 해도 어느정도는 따라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체력은 약해졌고, 해야할 것은 많고, 열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아는 조금은 지친어른에서 그래도 '뭔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어른으로 변모한 기분?
한달동안 뭔가를 또하나 시도해볼 예정이다.
수고했다, 2020년의 나여
열심히 해봤으니, 또 뭔가 내공이 쌓였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