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육아업무

003. 키즈카페

by Defie

그나마 서울 끝자락에 살았을 때는 아침에 아이 밥이라도 먹이고 나갔었는데,

서울 밖으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는 아이가 겨우 일어나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출근할 때가 많다.

아이는 일찍 자야하니 퇴근시간이후에 함께 보내는 시간도 그다지 많지 않은 편-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조금 시달린다.


매일 매일 쌓여가는 실력이 아니므로 '요리'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일찍 일어나 뭐 한가지라도 새롭게 만들어줄게 없나- 살펴보고, 아이와 아침을 먹으면서 세탁기를 돌린다. "밥먹으면서 장난감 가지고 놀면 안돼" "밥풀 가지고 장난치지마" 이렇게 몇마디 이야기가 오가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야 가까스로 식사 종료-

평일동안 집에 오래 있지 않기에 쳐다보지 않았던 다양한 집안일들이 눈에 들어오는 때가 바로 주말이고 그래서 더욱 내 머릿속은 분주한데, 아이는 5일만에 집에있는 엄마가 좋은지 역시나 놀아달라고 보챈다.


어딘가 먼 곳을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내 시간을 가진답시고 아이에게 종일 유튜브만 틀어줄 수 없는노릇- 아이의 '에너지'를 상쇄시킬 수 있고, 나 또한 조금 쉴 수 있는 '키즈카페'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혼자서 친구를 만들고 '알아서 노는'편이라서 키즈카페에 가면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그저 엄마가 근처에 있는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아이가 키즈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겉옷과 양말을 벗어둔채 '우다다다' 놀이공간 속으로 사라지면, 나는 가방안에 가져온 책을 꺼내들고 천천히 읽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아이를 낳고 부터는 한동안 읽지 못했었다. 아이는 아직 크지 않아 종일 돌봐야 하는 존재이고, 어떤 지식도, 즐거움도 누릴 수 없을 때 '책'은 유일한 즐거움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남편의 한 마디로 책블로그까지 만들게 되고 매일매일 시간과 잠을 쪼개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성과를 얻었더랬다. 2018년 중순정도부터 매일매일 책읽기&리뷰쓰기는 300여권이 되어서 종료되었고, 이제는 일주일에 두세권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정리를 블로그에 올린다.

그 말은 책을 읽는 것이 데일리 일과중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 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가끔 블로그로 '책 서평'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솔직하게 써도 괜찮으면 받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하고 책을 받는 편인데, 인간적으로 이번의 책은 읽기가 왠지 모르게 어려워서 아이를 보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 도저히 '틈틈히' 읽히지가 않는 책이었다. 통으로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한 때 아이와 단둘이 가는 '키즈카페'만큼 적합한 곳은 없다. 오롯이 아이를 위한 공간인므로 가지고 온 책 외에 다른 할것이 1도 없기 때문이다.


2시간을 아이는 땀으로 채우고, 나는 독서로 채운 후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낮잠을 자기 시작했고, 나는 밀린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읽던 책은 내일까지면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저녁을 먹이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나면 토요일은 끝난다.

내일은 아이가 좋아하는 언니들이 둘이나 있는, 남동생네 집을 가기로 해서 아이와 놀아주는 데 부담감이 한결 덜하다. 잠깐, 내일 마무리해야하는 집안일은 뭐가 있지? 아이 빨래는 오전에 돌려야겠네...


주말육아업무의 반이 이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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