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설레이는 마음

006. 관계

by Defie

출근과 업무- 업무는 매일매일이 비슷하지만, 매일매일 다른 소재로 써야 하는 콘텐츠 때문에 오늘은 골머리를 좀 썩었다. 현재의 내 직업은 작지 않은 법률회사에서 처음 만들어진 '홍보팀'의 실장이자 디지털 마케터- 회사에서 미래의 먹거리로 생각하는 아이템의 '디지털 마케팅'을 위해 내놓았던 구직란을 보고 덜컥 입사한 지 이제 어언 5개월이 흐른 터였다.

팀의 선례도, 업무 범위도 없고, 아직 팀원도 없어 자율적이지만, 내 머리와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100%이고, 결국 수치로 '결과를 만들어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큰 만큼 마음은 바쁘다.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것이 다양하지만, 인원이 적고 가용할 수 있는 비용이 많지 않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역시나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새롭게 만들어내는 콘텐츠... 이 일 또한 혼자 하는 일이다 보니 아이템을 찾고 쓰는 일이 쉽지는 않다. 작성하는 것보다 아이템 찾는 데 더 시간이 걸린 오늘, 퇴근시간이 땡 치자마자 홍대로 향했다.

예전 회사에서 만나 긴밀하고 진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던 날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좋아한다. 특히나 이 현상은 어렸을 적에 더욱 심했는데, '누군가에게 필요한, 함께하고 싶은 존재'가 되는 것이 무작정 좋았다. 같은 공간에서 두 번 이상 마주친 사람과는 인사를 했고, 안면을 텄다. 모임은 빠지지 않고 나갔고 생일을, 특별한 날들을 챙겼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할 때 아주 급한일이 아니라면 먼저 끊는 것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그 '다수'와 일일이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과한 것은 탈이 난다. 내가 쏟는 정성만큼 상대방이 보답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서운했다'라고 하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마음은 너무 컸고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는 서툴렀다. 신경을 쓰고 마음을 많이 썼던 친구들의 무언가에 마음이 상했던 어느 날, 나는 그 불만을 모두 터뜨렸고, 그 일을 계기로 몇십 년을 함께 했던 한 무리의 친구들이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주는 것에 '너도 그만큼 나에게 줘야 해'라는 목적이 담기는데, 정작 받는 사람은 부담스러워진다면 그것만큼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위의 일은 가장 크게 일어났던 일 중의 하나였지만, 적지 않은 비슷한 일들을 겪어내면서 관계를 맺는 내 방식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주는 것 또한 '내가 좋아서 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바라지 않기에 무언가가 오면 더욱 감사한다. 과하지 않기에 상대방이 내게 느꼈던 부담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수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나를 던지기보다는 '적절한 나'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그래서일까? 진정한 친구는 학생 시절 이후로 끝이라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이대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취향도 아주 다르지만 적절히 서로를 존중하면서 과하지 않게, 만나면 '편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오늘 홍대에서 만났고, 오래간만에 마음을 모두 말로 털어놓은 후 헤어졌다.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었던 많은 인생의 문제들을 조금은 내려놓은 느낌? 그리고 내일을 다시 즐겁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


나에게 좋은 관계의 사람들은 그렇다.

많지 않아서 더욱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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