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도 아닌데...
009. 행운의 분량
밤에 잠이 들면 아침까지 푹 자는 아이가 새벽에 여러 번 잠을 깼다. 급기야 새벽 6시에 엄마 옆에 있겠다고 거실 소파에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있는다... 심상치 않은데? 감기가 심해졌나 싶은데 오늘 마무리해야 할 회사일을 떠올리니 쉬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1인팀- 회사일을 쳐줄 사람이 없으므로 대안을 찾기도 힘들다. 다행히 남편이 아이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집중이 되지 않고 잠도 설친 터라 뭔가를 씹어야 한다는 생각에 간식박스에서 젤리 한봉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두어 개 씹기 시작했는데 말랑말랑한 게 아닌 무언가 금속성의 물질이 입안에 걸린다.
... 이게 뭐지? '앗! 십여년전 거금을 들여 때운 왼쪽 어금니의 금 조각이다...'
부랴부랴 오후에 근처 치과 직행, 다시 치료를 받고 새롭게 본을 떴다. 보름치 용돈이 순식간에 로그아웃.
그리고 남편이 아이의 A형 독감 확진을 카톡으로 알려주었다.
... 퇴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우면서 급하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하게도 일상의 행복을 그 일상 속에서 아닌 일상을 벗어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이는 병치레가 많지 않았고 밥도 골고루 잘 먹는 편이라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었는데 독감이라니... 이는 또 어떤가ㅡ 내가 그때 얼마나 거금을 들여서 개보수를 해놨고 매일 얼마나 열심히 닦고 있었는데...
어렸을 적에는 내가 의지로 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들이 적지 않았다. 극복하는 힘은 하나-긍정적으로 노력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걸 믿고 행동하는 것뿐ㅡ여기에 사람에게는 각자 불행과 행운의 총량이 같으므로 나중에 더 많은 플러스가 있으려고 지금 마이너스가 있는 거라 여겼다.
지금은 안다. 권선징악은 있지만 없기도 하며 세상의 불평등은 끝까지 누군가를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바뀐 생각은 세상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와의 비교. 그리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를 조금 더 늘리는 것이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꽤 어려운데, 무언가의 결핍을 아쉬워하고 채워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나를 조금 더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
이중적인 마음ㅡ
아이는 약을 잔뜩먹고 기분좋게 잠이들었지만 밤새 열이 오르는지 힘들어했고 열이 내려가지 않아 새벽에 다시한번 해열제를 먹었다. 아침 무렵이 되자 조금 괜찮아졌는지 "엄마 너무 더워서 몸이 타 버리는 줄 알았어! "라고 말하고 씩 웃더니 잠이 들었다. 다행히 숨소리도 편안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옆에서 일기를 쓴다.
혹시 요즘 현재의 상황에 불만이 너무 많았는지, 내 시간을 갖겠다고 아이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지금 나를 위한 삶에는 당연히 아이의 건강과 행복이 전제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