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독감 케어 마지막 날

013. 청소의 의미

by Defie

아이 독감 케어를 위한 예정에 없던 휴일- 일단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여유롭게 일기를 써주고, 느지막이 일어난 아이와 아침밥을 먹었다. (먹는 데는 10분, 먹이는 데는 1시간이 소요된다...) 오늘, 가장 중요하면서도 꼭 해야 할 일은 '병원에 가서 아이의 독감이 다 나았음을 증명하는 소견서를 떼어 오는 것' 그래야 내일부터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이 가능하다. 칩거 5일째, 밥을 다 먹은 아이는 그새 집에 있는 게 익숙해진 듯 TV를 보고 있고, 나는 본격적으로 아이방 청소를 시작했다. 침대 시트부터 이불까지 몽땅 걷어내서 세탁기에 넣고 바닥을, 책상 위를, 책장을 털어내고 닦아낸다. 어딘가 지뿌뚱하던 공기가 상쾌해지는 듯한 기분- 청소를 하면서 독감과의 영원한 이별을 기원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청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엄마와 쭈욱 함께 살았었고, 청소를 하자!라는 필요성을 느낄 새도 없이 이미 청소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야근이 많았던 딸에게 엄마는 웬만하면 집안일은 시키지 않으셨으니, 바깥일과 집안일을 철저히 구분하는 남편처럼 나는 집에서는 일단 기본보다 한 30% 정도는 늘어져 있었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다가 엄마의 눈치가 보이면 주말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그 눈칫밥을 커버했었다. 하지 않으니, 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므로 청소는 '내게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했고 잘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자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눈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치우고, 설거지를 해 버리는 엄마와 살았던 나는 10여 년도 넘게 자취를 하면서 살아온 남편의 '조금 쌓아두고 한 번에 치우는' 생활방식에 큰 거리감을 느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족족 치워주던 엄마가 없으니 그 눈에 거슬리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 또한 내 몫! 더군다나 나름 내 의지와 정성이 깃든 나만의 첫 집이 아니던가!

집은 쉬는 곳에서 '내가 잘 치워야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고, 다시 그 상황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극대화되었다. 아이의 '건강'과 '생존'은 집안의 '깨끗함'이 기본 베이스로 깔려 있었어야 하니까 -


결혼과 출산을 겪고 6년- 집안일과 아이 돌보기는 적당히 분업화가 되었고 일단 데일리 청소는 남편의 몫이 되었지만, 남편이 없는 주말에 혼자 청소를 할 때가 있다. 아이에게 조금 두꺼운 겉옷을 하나 입힌 후, 온 창문을 열고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낸다. 매일 청소는 하지만 어딘가 소홀했던,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찾아내서 그 안의 묵은 때들을 떨어내고 나면 마음을 닦아낸 듯 속이 시원해진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지저분했던 부분이 내 손으로 인해 깨끗해지는 것을 보는 것으로 '내 행동의 결과가 고스란히 증명되는 것'은 청소만 한 게 없다.

청소는 여전히 서툴지만, 청소의 의미가 단순히 '지저분한 것을 없앤다'는 것 만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아이의 독감 완치 진단-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셔도 돼요"라고 말씀해주셨고, 아이도 나도 신이 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엄마, 놀이터에서 좀 놀다 가면 안돼?" 5일째 밖에 못 나갔으니 혼자서라도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 독감은 사라졌지만 아직 감기는 남아있다. "그럼 키즈카페에 가서 딱 한 시간 놀자" "네!"

병원만 다녀올 생각으로 읽을 책도 아무것도 안 가져왔는데, 일단 '독감 완치 축하'의 의미를 담아 근처 키즈카페로 향했다.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라 엄청나게 한산하다.

아이는 저만치 뛰어가 있고, 나는 아이가 허물처럼 벗어놓은 외투, 양말을 주워 자리를 잡는다. 아이 감기약을 타면서 추가로 산 뜨끈한 광동탕을 하나 마신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내 감기도 오래가고 있다. 이제 한시름 놓았으니 나도 감기에서 좀 해방이 되어야 할 텐데... 보약이라도 지어먹어야 되나...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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