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점심시간, 밥을 생략하고 회사 앞 치과로 향했다. 지난주 젤리의 만행으로 떼어진 어금니의 금 접합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간호사 왈, 때운 금은 보통 잘 떨어지지 않으나 때운 자리에 충치가 생겼을 경우는 예외라고 하는데 그게 바로 내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주에 충치 부분은 모두 제거했고 오늘은 본을 떠 둔 곳에 새로 금만 입히면 된다는 것- (그렇다.. 아픈 것은 지난주에 다 했다!!)
임시로 넣어둔 무언가를 빼내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금을 넣는 것으로 오늘의 치과에서의 할 일은 끝! 어지간하지 않으면 절대 오고 싶지 않은 곳이 치과이지만 치아 관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온 김에 관리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아주 작은 충치 두 개 발견... 치료는 내일 하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스케일링부터- 시작부터 아프다. 20여 분 만에 종료.
치위생사가 치아를 뒤쪽에서 잡아놓은 치아교정실을 뺄 수는 없냐고 묻는다. 그것 때문에 치실을 써도 한계가 있을 거라며 그렇지만 결혼할 즈음에 교정을 시작한 터라...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거라고 대답한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앞니가 큰 편이고 그 탓에 입이 평균보다 조금 나와있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입을 가리고 웃을 수밖에 없는 콤플렉스 중의 하나였다. 초등학생 무렵, 치과 검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엄마는 치과의사에게 견적을 타진해보셨었지만, 빠듯한 살림에 치아교정까지는 사치... 교정 없이 어찌어찌 어른이 되었다.
매일 보는 얼굴, 뭐 특이할만한 거 있겠나 그런대로 적응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 '그래. 이게 문제야...'이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인생에 단 한번 내 외모를 제대로 케어할 시간이 다가왔는데 그게 바로 결혼 준비를 하면서였다.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하게 된 결혼- 남들보다는 못하더라도 남들 만큼은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결혼식 하루가 뭐 중요하다고 그렇게 뭔가를 열심히 알아보고 돈을 썼을까 싶은데 그때는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그리고 다들 한다는 피부관리실을 끊으면서 내게 더욱 중요했었던 건 그간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음에도 짐짓 모른척해왔던 치아였고, 나는 3개월이면 끝난다는 급속교정을 추천받고 그 치과로 향했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겠네" 말만 들어도 시원시원한 의사의 설명에 단숨에 교정 결정. 바로 그 자리에서 첫 시술을 시작하고... 두고두고 후회했다. 시작은 했으니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급속교정은 결혼식이 이루어지기 전 3개월에 절대 끝나지 않았고 교정이라는 것이 입 안에 틈을 만들고 그 안으로 이를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밀어 넣는 것임으로, 이주에 한 번씩 이를 잡아당겨야 하는데 그게 이렇게 아픈 것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겉으로 보이지 않게 이 안쪽으로 했던 교정기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없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안쪽 교정기에 이어, 투명교정기를 제거하기까지 거의 1년이 넘게 걸렸고 그 이후 다시 2년은 잘 때마다 교정기를 끼고 잤다. 그리고 밤의 교정기를 졸업하면서 얻게 된 것이 치아가 제자리로 가게 하는 습성을 막아주는 교정실-이었다.
치아교정을 하고 나니 세상은 두 가지로 보였다. 치아교정을 한 사람과 원래 치아가 예쁘게 난 사람 알게 모르게 그때 회사에 있던 팀의 여직원의 반이상이 학창 시절 교정 경험자였다.
이전과 비교하면 만족도는 높지만, 교정을 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다지 세밀한 관심은 없다는 것! 더군다나 자주 보는 사람들은 그 익숙함에 상대방의 얼굴의 흠결도 잘 모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정말 예뻤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 교정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하지 않는다고 할 것 같다. 대신 서른 후반 즈음이 아닌 20대 초반으로 가서 교정뿐 아니라 카드 빚을 내더라도 얼굴을 전반적으로 더 예쁘게 만들어보고 싶다. (어차피 이제 뭘 하든 아프다는 걸 알았으니... 이왕 하는 거 다 해보자....)
외모는 일단 중요하다. 실력이나 매력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실력이나 매력이 있는 사람이 외모가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성별의 문제는 아니다, 나 또한 잘생기고 호감 있는 외모의 남자를 보면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니까-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건, 그냥 인지상정인 듯하다.
그래서 외모 콤플렉스가 있다면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성형을 하는 것은 찬성하는 편이다. 단 두어 가지 기준은 필요하다고 본다. 야매로 하지 말 것, 반복하지 말 것
생각은 생각일 뿐- 이미 빛나는 나이는 지났고, 이제는 타고난 외모보다 살아온 흔적과 경험이 외모로 더욱 드러나는 나이에 돌입했다. 이젠 아름다워 보이는 것 보다 조금 더 '건강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보이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나이를 되돌리거나, 시간을 붙잡거나... 하는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나를 위한 부분에 더욱 집중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할 때, 그리고 나 자신이 편안해질 때 그 마음이 내 외모가 된다는 사실을 이론이 아닌 '마음'으로 조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