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017. 삼대 목욕탕 나들이의 즐거움

by Defie

한 해의 나쁜 기억을 없애고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몸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묵은 때들을 벗겨내는 실제 행동과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거기다가 조금 뜨거운 열탕에 들어가 체온보다 더 높은 열기를 견디며 나만의 기준으로 정한 15분을 보내고 나면 꽤나 성취감마저 느껴진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2019년을 떠나보내면서 친정엄마 그리고 아이와 같이 가려고 했던 목욕탕을 1월이 반이나 지난 이제야 방문했다. 아이는 그저 '크고 커다란 물속'에 들어간다는 것 만으로 신나 했고, 나 또한 할머니-나-딸아이로 이어지는 나들이의 꺼리가 있음에 즐거웠다.


60대, 40대, 그리고 이제 6살인 셋이 함께 한 목욕탕행은 모두 같은 목적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몸을 '지지는 것'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80도가 훌쩍 넘는 사우나에서 열기와 싸우셨고, 40도 이하, 온탕 정도에만 만족하는 나는 아이를 데리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온탕도 뜨거운 아이는 나에게 안겨있다가 다시 나갔다가 들락날락을 반복한 후 이후에는 유아전용 개인 욕조에 안착, 아이 목욕 장난감을 가지고 물놀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이십여분 후 삼대는'등 밀어주기'로 함께 뭉쳤다. 아이도 고사리 같은 손에 이상하게 타월을 끼고 등을 밀어주겠다고 덤볐는데 그냥 '소꿉놀이' 수준-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고 애쓰는 게 귀여워서 한바탕 웃었다.


목욕탕을 나오니 오후 1시, 엄마가 자주 가시는 메밀 전문점에 가자고 하셨다.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엄마의 추천 메뉴를 제치고 안 드셔 보셨음직한 정식 세트를 골랐다. 밥을 사주시겠다고 말씀하셨던 엄마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절약이 몸에 베이신 엄마에게는 점심식사로 적지 않은 금액... 이번 달은 치과치료로 들어간 돈 때문에 이미 적자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제가 살게요!'를 시전하고 식사 후 커피 한잔은 엄마께 얻어먹기로 했다.


년 동안 단골이셨다는데, 하나씩 하나씩 나오는 음식이 다르다고 엄마는 조금 신기해하셨다. 셋이 배부르게, 기분 좋게 먹을 만큼의 딱 좋은 음식의 양- 엄마의 만족감만큼, 아이가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입을 쩍쩍 벌리면서 음식을 받아먹는 횟수에 비례해서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간단히 차 한잔을 마시고, 엄마와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목욕도 했겠다, 밥도 먹었겠다 자꾸만 눈꺼풀이 감겨한다. 그러나 차에서 자는 동안 에너지 배터리가 차 버리면 집에 가서는 다시 놀아줘야 한다... 아이에게 간식을 쥐어주고 연신 말을 걸면서 잠자는 것을 방해했다. 드디어 집에 도착,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의 낮잠시간-


아이가 깨어나면 6 시일 꺼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무언가 생각하고 혼자 고민하고 할 여유 없이 하루가 끝났지만, 각기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세명의 시간이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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