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018. 대중 앞에서 말하기

by Defie

주말에는 알람을 켜 두지 않는다. 평일에 5시에 일어나니, 주말에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일어나자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같이 잠이 든 아이도 그날들 만큼은 알람에 움찔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도 전날 어딘가에서 놀거나, 술을 잔뜩 마신 일만 아니라면 6시 전후로는 눈이 떠지는 편, 아이가 일어나는 7시 전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어떤 부분에 유난히 약한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의 사람이 있는데 나는 '기상시간'에는 꽤 강한 편에 속한다. 늦잠을 잔 기억도, 누군가가 깨워서 일어난 적도 기억에 없다. 밤새 공부를 하다가 시험시간에 자버린 다던지,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것을 걱정하다가 새벽 늦게나 잠이 들어서 다음날을 망친 다던지 하는 슬픈 일을 당한 적도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무언가를 실수로 얼버무리지 못하고 제대로 갔다가 제대로 맞고 오곤 했다. 가령 아주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라던지, 시험이라던지가 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 고 한다 해도

다음날 실수로 늦잠을 자거나, 그럴 일은 전무하므로 피하지 못하고 제대로 '겪고' 제대로 '실패하고' 왔다고 해야 할까?


시간에 강하다면, 극도로 약한 것은 대중 앞에서 말하기 '프레젠테이션' -0-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이 되고 뇌가 하얘진다. 다행히 얼굴이 붉게 상기되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기본적으로 빠른 말 습관이 더욱 빨라지며, 여유롭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에 상대방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생각해냈던 것이 긴장감으로 뇌가 멈추었을 때도 입이 반응하도록 프레젠테이션 할 이야기를 모두 외우는 것이었다. 긴장하더라도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오히려 그 '조금은 상기된' 모습이 의외의 좋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에서 할 말을 모두 외우지 못할 경우에는 역시나 같은 일들이 발생하고는 했다. 별 수 없이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책들을 봤다. 스킬을 시전 하는 책들도 있었고, 마인드를 흔드는 책도 있었는데, 하는 말들은 대동소이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 - 실패가 두려워 긴장하게 된다. '이게 뭐 별건가' 하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호흡, 그리고 말을 평소보다 천천히 할 것 - 적당한 말의 속도가 상대방 또한 편안하게 만든다

*청중과 교감을 할 것- 프레젠테이션이라도 '대화'라고 생각하고 청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말할 것

*철저히 연습할 것 - 스티브 잡스도 몇 달을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매달리곤 했다. 이를 생각하면서 혼자, 그리고 지인들 앞에서,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고 객관적으로 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할 것


이 정도였는데, 달랑 4줄인데도 여전히 실천하기는 너무도 어렵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내부 마케팅 업무만을 하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일이 거의 없는 만큼 그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으나, 세상은 모두가 '말을 내 의도대로 전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받는 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매일 시간을 들여서 10분씩 연습하는 것보다, 그냥 머릿속에 그것을 넣어두고 하루 종일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 점에서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은 빠르게 툭 내뱉는 말의 습관... 알면서도 하지 않아 온 것- 아 이게 있었구나....


습관만큼 바꾸기 힘든 것은 없지만, 한 번 잘 길들인 습관만큼 오래 가지고 가는 것도 없다.

오늘부터 다시 해볼까?


- 상대방의 말을 듣고, 1초 정도 쉬고 말하기 (쉬는지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또박또박 여유롭게 말하기


말만큼 사람의 매력을, 호감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없으니까-



아이는 감사하게도 평소보다 조금 늦게 8시에 일어났고

아이가 옆에 탁! '나무늘보 같이' 붙어있는 일요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베이글을 가로로 잘라 한쪽 면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그 반대면에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바른다.

여기에 프라이를 하나 얹은 후 양배추와 블루베리를 곁들인 샐러드와 함께 내놓으면 아이의 아침식사 준비 완료

그 옆에서 '아침에는 밥심이지!'라고 생각하는 내가 배추 된장국에 밥을 먹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뭐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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