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일요일

031. 공부를 해야하는데...

by Defie

전날의 모임은 늦게 끝났고, 가족 모두가 늦게 일어났다.

오늘부터 진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전날의 가족모임의 여운이 설겆이통을 가득채우다 못해 아일랜드식탁까지 점령한 모습에, 아...오늘은 내 뜻대로 뭔가하기 힘들겠구나.,.하는 예감이 들었다.

달그락 달그락 평균속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설거지는 장장 한시간 반이 걸렸다. 집안의모든 그릇과 식기들을 다 사용한듯...

어찌어찌 정리를 하고나니 벌써 정오.남편은 일이 있다며 나갔고, 아이와 둘만 있는 주말...

공부는 커녕 아마도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을것이다...라는 예감이 확신으로 변모했다.


아이와 연필을 깎고, 그림을 그리고, 씨리얼을 먹었다. 그리고 틈틈이 세탁기를 돌리고 아이의 옷은 애벌 빨래도 해야하니 집안일에 성큼성큼 시간이 간다.


공부....언제하지? 머릿속은 공부 공부를 다그치는데 시간이 나지 않으니 조바심만 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드디어 아이가 잠든 낮잠시간, 나는 쇼파에 가로로 누워서 TV를 켜고 나혼자 산다를 보기 시작했다.

조금만 봐야지 라고 다짐하며 10분에 한 번씩 시계를 체크하면서 한 시간을 넘게 쇼파에 붙어있엇다


아이의 낮잠시갼은 대게 1시간반 남짓,이제 남은 시간은 30분뿐이다...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옆에 누웠다. 그리고 평화롭게 잠이 들었고, 30분 후 아이와 같이 깨어났다.


아이가 일어났으니, 이제 공부할 시간 따위는 없다.


You lose

오늘공부 패배-


그래, 오늘은 그냥 포기하고 내일 부터 하자...


다짐은 참 어려웠고

셀프 채근은 참 길었지만

체념은 너무도 쉬웠다.


아이가 따뜻한 욕조에서 장난감들과 노는 동안

재빠르게 청소기를 돌리고, 저녁 반찬거리를 살펴봤다.

3차로 세탁기 안에 빨랫감을 집어 넣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오늘 뭐 한건가...?

아이 옆에 누워서 잠깐 하루 반성을 했다.

엇나간 계획의 시작은 아마도 전날의 '늦게까지 놀기' 였을꺼다.

반성도 하고, 후회도 했으니

이제 안 그러면 된다.

라고 다시 나를 격려해줬다.


회복탄력성인지 자기합리화인지 모르겠지만,

별 수 없다. 나를 지키고 믿어주는 건 오로지 나 밖에 없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마음놓고 푹 자자!


몸도 마음에도

잠만한 보약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새코트를 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