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2019년 우수사원을 이메일로 공지했다. 연말에 다 이루어져야 되는 절차였지만 작년 11월에 급격히 많아진 업무가 연말 결산 등을 모두 다음 해로 미뤄버렸고 1월 말이 되어서야 면담 등이 완료되었나 보다. 작년 8월에 입사한 나는 평가도 면담대상도 아니어서 돌아가는 상황을 거의 알지 못했다. 우수사원은 10여 명 남짓, 누군지 알 것 같은 이름은 단 한 명이었다.
나는 우수사원일 때가 언제였지? 8년 전이던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 또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편이라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도 상 받는 것을 즐겼다. 그뿐일까- 감투를 쓰거나 무슨무슨 장이 되는 것도 꽤나 좋았는데 맨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어가면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좋았고 신뢰받는다는 것, 누군가들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만큼 보람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우수사원이 되었던 그 곳에서, 5년을 일했지만 결국 팀장은 달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위에서 보는 시야는 조금 달랐다는 것을 팀을 옮기고 나서 살짝 들었다. 그때에는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을 챙기고 그들의 앞에 서서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고 그것이 팀장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여겼었지만, 나는 그저 참 치기 어린, 되바라진 과장이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깨달음은 이직 후 급격히 높아진 직급의 상태에서 아래 담당자에게 비슷한 형태로 당하면서 알게 되었다. 처음 다녀본 스타트업에 적응을 못한 것도 있었고 스타트업의 특성상 자유'와 '방종'을 구별 못하는 직원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높은 자리에서 그 자리를 버거워하던 내 탓이 가장 컸다.
윗사람의 지시를 베이스로 내 일을 그저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는 것도 관리자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그 역할이 되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임원진의 의도를 파악하고 부하직원의 바람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결국 내가 확신한 방향으로 가지만 부하직원들이 그들의 의지로 가는 것처럼 인식되게 하는 스킬... 일 잘러와 리더십은 일치할 수도 있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일이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살아남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아래가 아닌 더 위쪽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성과 그리고 대표와의 케미(라고 쓰고 어필 혹은 아부라고 읽는다)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아랫사람한테 신뢰를 받지 못하더라도, 혹은 욕을 먹더라도 직장생활의 롱런에는 별 지장이 없다.
왜 내가 보아온 전혀 유능해 보이지 않은 상사들이 저렇게나 많이 살아남아계신지에 대한 답이 그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니 어렴풋이 보였다.
그 이후 두어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나는 버거운 직급에서 한 단계 내려와 '팀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간 배웠던 리더십에 관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여전히 자신의 직급에 맞지 않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어떻게하면 굳이 '능력'을 키우지 않아도 적당히 버틸 수 있는지도 안다. 그렇지만, 아직은 위쪽만이 아닌, 아래쪽에서도 신뢰받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노력과 스킬 모든 것이 필요하다. 일에 대한 유능함은 기본이고 노련함, 경험, 설득력, 그리고 친화력까지... 여기에 정치력까지 갖춘다면 예전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든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바람 속에는 저것도 함께 들어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인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이런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