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의 꿈 찾아주고 백수 되고픈 남편의 기획 노트
제목대로 저는 백수가 되고 싶어요. 와이프의 꿈이 실현되면, 저는 두 번째 꿈을 찾기 위한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장난처럼 백수라고 이야기했지만, 레알 백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백수가 어때서요?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는 누구나 거치게 되는 준비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한 사람의 꿈을 찾아주고,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꿈 기획 이야기입니다.
꿈에 대해...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8년째 꿈이었던 직업을 가지고 일하였고, 지금은 두 번째 꿈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제가 만나서 함께 살고 있는 와이프(이후 별칭인 아꼼으로 쓸게요. 나도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부끄럽다.)에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꼼은 예술을 사랑하는 대표가 있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에 다녔습니다. 업종은 예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데, 신용카드 디자인 철학을 담는 회사입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는 회사의 주인님보다 아꼼의 주인님이 돈이 많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아꼼의 월급이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꼼은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때문에 주말에 치료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따지자면, 수백만의 회사원들이 할 말들이 많을 거예요.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환경에서 꿈꾸던 일을 찾을 여유는 없는 게 당연합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승 없이 꿈을 이룬 사람은 없습니다. 진리입니다.
와이프의 꿈을 이루기 위한, 6년간의 기획
아꼼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함께 공부하였습니다. 공부라고 표현보다는 기획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아꼼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제가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아꼼의 꿈을 위해(=내가 백수가 되기 위해) 내가 공부한 것들은 JAVASCRIPT, 팝업스토어, 커피, 목공, 인테리어, 건축자재, 교육컨설팅, 젠트리피케이션, 임대업... 얕은 지식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어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잘하는걸 칭찬하고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환경도 중요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면 내가 공부해서 도움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함께 아이데이션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내가 먼저 작은 것부터 시작
변화를 이해하려면 거기에 뛰어들어 함께 움직이고 함께 춤추는 수밖에 없다.
앨런 와츠
와이프가 오프라인 편집샵을 하고 싶어했을 때, 구체적인 실행 안 들을 먼저 고민하고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어요. 아이데이션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죠. 그래서 온라인몰을 함께하면서 콜라보로 샵인샵을 운영하는 아이디어까지 생각했어요. 그게 2008년의 일이었어요. 회사에서 기획을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와이프의 꿈에 녹이려고 했어요. 온라인몰을 직접 구축하겠다는 생각으로 스크립트 언어를 조금씩 공부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함께 시작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아꼼의 꿈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었어요.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꿈에 다가가기
우리의 상상력이 최대한 확장되는 순간은 픽션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때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할 때다.
리차드 파인만
커피집을 하고 싶어 했을 땐, 전국에 유명하다는 로스팅/드립 커피집 투어를 시작했어요. 강릉과 강화도를 자주 오갔었죠. 강화도의 그린홀리데이 카페의 사장님께 받은 커피 큐레이션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이라 생각하니깐 즐겁게 커피집 투어를 다닐 수 있었고, 저는 커피집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목공을 시작하였고, 커피집을 오픈하면 벽면 인테리어는 제가 직접 하기로 계획하였어요. 커피긱스보다는 커피 문화를 즐기는 컬처홀릭을 대상으로 하자는 커피집 방향을 잡고, 국내/외 자료들을 찾고 공부하기 시작하였죠. 그러다 보니 커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열정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을 만나는 행운과 사람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 일을 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더 나게 되죠! 인터넷과 책으로만 배워서 꿈을 준비하는 것은 상상력의 한계가 있습니다. 꿈을 즐겁게 상상할 때 무한으로 커지게 됩니다. 무한 상상이란, 자신이 꿈을 이룬 전문가라 생각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에는 현장에 있는 분들의 조언이 가장 좋습니다!
자신이 없다, 못할 것 같다는 이유를 최대한 찾아서 현실에 대입
뭔가를 찾으려고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확실히 찾으려 하면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찾고자 했던 게 아닐 수 있다.
J.R.R 톨킨 '호빗'
꿈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검토를 해야만 한다.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고 커피집을 운영할 계획을 가졌다. 토지 매입을 하기 전, "잘 할 수 있을까? 계속할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라는 부분을 최종 점검하고 싶었죠. 그래서 하지 못할 것 같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어요. 이때도 역시 현장 방문이 답이었어요. 밤늦게 커피집을 찾아가서 "이 시간까지 매일 할 수 있겠어?" 주말 오후에 커피집 찾아가서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오픈할 수 있겠어?" "알바생 매니징 하는 거 괜찮겠어?" 등등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냈어요. 한 달을 고민하던 아꼼은, 커피집 사장님이 되는 것을 포기했어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부하면, 다른 꿈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모든 지식을 습득한 다음부터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
해리 S. 트루먼
커피집 꿈을 생각했을 때, 마카롱과 쿠키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에스프레소와 드립만 판매하는 커피집을 상상했어요. 그래서 마카롱, 쿠키, 플라워 케이크, 퓨전 떡 등을 배우고, 여러 레시피를 준비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지인들 결혼식 답례품을 만들어주는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어요. 이전 회사 지인의 아파트 단지에 소문이 나서 모르는 분들이 단체 주문을 하기도 했고... 여하튼 잘 만들어요ㅋㅋ 커피집을 포기하고, 찾은 다른 꿈을 쿠킹클래스였어요. 커피집을 위해 공부했던 것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교육비를 투자하였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조리 기구를 선물하였습니다. 제 지분이 50%가 넘는 주방용품이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꼼의 작품들입니다.
이 쿠킹클래스 꿈 때문에 저는 교육컨설팅+젠트리피케이션+임대업을 열심히 공부하고 짬뽕한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제 두 번째 꿈을 녹일 예정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만 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저는 두 번째 꿈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되고, 아꼼은 꿈을 이루는 첫 걸음을 시작합니다.
깨알 홍보 아꼼의 블로그 http://aggom.net
지금은 블로깅 중단 중입니다... 가족 권력 서열 3위로 나를 강등하게 만든 은우의 탄생으로 인하여 ㅠㅠ
누군가에게 꿈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질문을 많이 하세요.
좋은 질문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가장 좋은 질문은,
너의 꿈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