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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Aug 14. 2015

달팽이처럼 느려 터진
스타트업 도전기, 동업자는 와이프

와이프와 함께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스타트업 기획 노트

40대에는 사회적 기업을 하는 것이 꿈인 기획자입니다. 지금은 포털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획자가 되니깐, 좋은 기획으로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돈을 쫒다 보면 과정과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의 말을 듣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의 약속도 지킬 겸...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십니다. 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단식 기도원도 가보고 기도하다 울기도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교회의 위원회 같은 것에 들어가면서, 어른들의 이권 다툼을 어린 나이에 보게 되었고 교회를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 게 싫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방식대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기로 약속했어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 가짐이...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요? 그 생각이 씨앗이 되어 꿈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하면서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하는 것이, 회사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도움도 많이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기획 1년차부터 스타트업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스타트업 실패기 / 실패 사전 이라고 타이틀을 붙여도 되겠네요.




기획 1년 차,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

우리, 바이시클  로그라는 서비스 만들어볼까?

2008년, 포털 공채 신입기획자로 입사해서 쫄따구 생활 6개월이 지났을  때였어요. 빡치더라고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받은 스트레스를 기획하면서 풀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친구, 후배들을 끌어모아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어요. 그때 200페이지가 넘는 시나리오가 나왔어요. 지금 그 시나리오를 보면 부끄럽고 창피하기만 합니다. 서울산업대 도서관과 근처 카페에서 그 해 여름을 뜨겁게 보냈습니다. (모교도 아닌데, 이 자리를 빌어 서울산업대에 감사를 ㅋㅋ)


바이시클 로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SNS로, GPS로 현재 위치를 표시하고 기록. 함께 라이딩하기 부킹과 커뮤니티 제공.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서, 바이시클 로그가 플랫폼 서비스에 APP 형태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개발.

-이후, 다양한 레저 취미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APP으로 제공


프로젝트 실패 후 회고했던 글 중에서

1.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

2. 확실한 아이템을 잡자. 지금 직장에서 활용되는 내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하는 게 유리하다.

3. 막연하게 잘되면? 이런  생각하지 말자... 기간을 정하자. 정한 기간 동안 안되면 포기해라. 그러다 직장에서 짤린다.

4. STARTUP은 길이 없고, 이정표가 없는 사막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사막 여행의 필수는, 생존과 건강이다!

5. 돈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템은 하지 말자. 금전적인 이유는, 포기하기 쉽게 만드는 절대적 이유가 될 것이다.




기획 2년~4년 차,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

우리, 개발 그룹 네트워크를 만들어 볼까?

첫 번째 실패 이후,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 도전은, "일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도전했어요. 2009년 봄, 꽃 구경도 못 가고 수컷 친구의 원룸에서 4명의 남자들이 모였습니다. 가끔 에어컨을 켜주는 친구 녀석은 지금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와서 일하다가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퇴근시켜주는 투잡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 그룹 네트워크

-다양한 서비스가 잘 동작하는 서비스 환경을 지원하는 앱 플랫폼을 제공해보자는 계획

-4인이 각각 1인 개발을 각자 진행하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기 위해 최적의 서버 환경과 서비스 환경을 구축

-결론적으로, 이건 우리가 할 수 없는 미친 아이템이었음


프로젝트 실패 후 회고했던 글 중에서

1. 구체적인 보상이 팀원들에겐 필요하다. 사람을 얻기 위해선 구체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사소하게는 하루 커피 한잔씩이라도 사줘가며 연애상담이라도 해줘야 한다.

2. 구체적인 보상안을 머릿속에 그려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아이템을 선정하고, 계속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 멤버들과 목적/목표가 다름을 느꼈다면, 그 프로젝트는 2년 후 망한다.

3. 책을 많이 보게 된다.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두 번째 도전 실패 이후에 가장 많이 한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까? 무엇이 틀렸을까? 계속 배워야만 했고, 혼자서만 고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배, 친구, 후배들을 만나서 조언을 듣기 시작했어요. 이야기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가슴속으로 울었어요. 지인들의 조언에 가슴이 벅차 오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매니악한 마이크로블로그 만들어볼까?

두 번째 실패를 겪고 나서 세 번째는 정말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2개월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더니, 복잡한 생각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 가을 5명이 다시 모였다. 새로운 멤버들도 들어왔고, 이번엔 정말 자신이 넘쳤다.


매니아를 위한 마이크로블로그

-매니아들을 위해 특화된 기능이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패션, 인테리어, 피규어 콜렉터 등등 사람들이  관심 가져하는 카테고리에 특화된 기능 추가


프로젝트 실패 후 회고했던 글 중에서

-모두가 사이드로 준비하는 것이라서 게릴라 특공대처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스펙이었야 했다. 너무 큰 그림을 그렸다.

스펙은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쪼개야 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

세 번째 도전을 진행하면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임을 느꼈습니다.  가장 좋은 리더의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리더의 모습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고작 직장인 4년차 듣보잡 기획자 주제에 우스꽝스러운 오버를 떨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했던 고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더의 자격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리더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모든 팀원들이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동할까?


프로젝트 실패 후 회고했던 글 중에서

1. 리더는, 배우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팀원 입장에서 리더십을 고민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2. 부담이나 압박을 주는 것은 팀원들의 창의적인 작업을  방해할 뿐이다. 기회를 주는 것 보다 잘하는 걸 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3. 리더는 없다. 누구든지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게 리더인 것 같다.

4. 프로젝트 매니저는 유비와 제갈량이 되어야 한다. 책임을 질 줄 알고 지략을 가지면서,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이때 멤버들에게 받은 지적과 스스로의 고민들 때문에,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이끌고  앞장서 간다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기획 5년 차,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

우리, 통계가 강한 로케이션 소셜 쿠폰 솔루션 만들어볼까?

지역에 강하고, 통계에 강한 소셜 쿠폰 솔루션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2010년에 다시 팀을 구성하였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지역특화와 구매 전환율까지 체크할 수 있고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회원 레벨을 따로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이 아이템으로 후배 이름으로 창업 지원금도 받게 되었습니다.   영업기술력 부재로 실패하였습니다. (이때 창업지원금으로는 부족해서, 제 돈 500만원이 들어갔죠...) 이거 실패하고, 회사 안에서는 팀을 옮겼습니다. 로컬 서비스 기획으로 이동하여 단골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ㅋㅋㅋ


프로젝트 실패 후 회고했던 글 중에서

1. 상황에 따라 리소스에 대한 칼질, 꼭 필요하다.

2. 인적자원에 대한 변동이 있을 때는 프로젝트를 재검토한다. (전략이나 콘셉트 변경 검토) 프로젝트에 맞춰서 인적자원을 검토하면 안된다. 인적자원에 맞게 프로젝트를 검토해야 한다.

3. 인적자원의 변동시, 팀원에게 즉각 공유한다. 사기저하를 우려해 숨기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투자지원, 꼭 필요할까? 정말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은 밀어 붙이자! 투자지원 발표,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소 10분 이상 발표할 수 있는 곳에서 발표하자. 5분 발표라면, 반드시 시제품을 만들어가자.


여기서 잠깐,

"회사 다니면서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까지 하는 게 가능한가요?"

"회사 다니면서 사이드 작업하는 거 힘들지 않아?"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해?"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주말이면 꼬박꼬박 사회인 야구를 다니고 데이트하고 자전거 탔습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술 먹는 시간을 쪼개서 진행하였습니다. 멤버들과는 스카이프,미코고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원격회의를 하였습니다. 요즘은 구글 행아웃 하나면 화상채팅과 화면 공유까지 되더라고요. 원격으로 협업을 진행하니깐 이동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고 쓸 때 없는 잡담도 안 하게 되었어요. (만나면 꼭 술 먹게 됨) 효율적으로 하니깐 사이드로 가능하였습니다. 또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기획자는 없습니다. 모두가 개발자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님, 죽고 못 사는 둘도 없는 개발자 친구가 있으면 좋다.)


리소스 관리에 실패하자, 유휴 리소스로 공모전에 참가하였습니다. 앱 3개 만들어서  그중 2개는 상금을 받았고 1개는... 공공 API를 맹신하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받았어요.  지금은 구글 플레이에서 모두 내려갔지만, 중고책 교환 앱 / 창업 지원 서비스 앱 / 영어 라디오 방송 앱... 추억이 방울방울 하네요.




기획 6년~7년 차,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

결혼 준비하면서, 검색만을 활용하기에는 불편한 점들이 너무 많고 챙겨야 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팀을 구성하였습니다. 처음 구성했던 팀이 해체되고, 디자이너와 저만 남은 상황에서도 계속 진행되었고 오픈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사로부터 연락도 왔었고, 지역 사업자들의 연락도 있었으나... 역시나 영업기술력 부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모종의 계획 때문에 잠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결혼 준비하면서 다른 일 / 회사에서 프로젝트 담당하는 것... 비추 합니다.




기획 8년 차, 사이드로 스타트업 도전

꿈이었던 기획자가 되었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7년 동안 사이드로 계속 도전했던 탓일까요? 회사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또 시작했어요. 이번에  함께할 멤버는 와이프 아꼼입니다. 아꼼의 꿈을 이루어주면서 그 꿈을 이용해 사회적 기업을 해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와이프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 함께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스타트업 도전을 함께 준비하는 멤버가 와이프라서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밥 먹다가, TV 보다가, 드라이브 갔다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아이템이 되고, 와이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꺼리가 많아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템은 공개하자니 이야기가 더 길어질 것 같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서 화면 그리다가 잠시 쉴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너무 길어졌습니다.


장기 프로젝트이고,  함께할 사람이 와이프라서 일까요? 달팽이처럼 느려 터진 스타트업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이드로 해왔던 도전들도, 사이드라서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느리게 도전 중입니다. 꼭 빠를 필요는 없잖아요. 아 그리고, 회사에서는 조용하게 찌그러져 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젖은 낙엽처럼 지내라고...저는  인정받으려  할수록  오만해지기 쉬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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