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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Jun 29. 2016

출판사가 말해주지 않는
출판 계약서

내 인생 첫 번째 책 출판 계약서, 오해하지 말고 이해하고 수정하자!

첫 출간이라는 꿈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첫 출간이 아닌 작가들도 종종 있지만, 첫 출간만큼의 설렘이 느껴진다는 작가들을 돕고 있다. 출간이 되기 위해, 출판사가 참여하는 미팅 테이블을 만든다. 미팅을 시작하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근황도 물어보고, 요즘 읽는 책이나 잘 나가는 책을 물어보기도 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가며 20~30분을 보낸다.


좋았던 분위기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시간이 오게 되면 분위기는 180도 바뀌게 된다. 계약서를 보는 작가의 눈은 바빠지고, 출판사는 작가의 눈을 바라보며 어떤 질문에도 대응할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 같다. 여러 질문을 하는 작가들도 있고, 첫 출간의 감격 때문에 그냥 도장 찍는 분들도 있다. 여러 번 출간해본 작가들은 쿨하게 도장 찍거나, 도장 안 찍고 검토해보고 의견 있으면 연락한다고 하는 작가들도 있다.


계약서를 보고 도장을 찍는 동안,
작가가 물어보지 않으면 출판사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게 계약이 완료되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S.O.S를 요청하신다. 어떤 계약이든 그런 것 같다. 해놓고 보면, 나중에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 많이 문의하는 질문들을 정리해보았다.


1. 출판 계약서는 개인이 갑이 되는 국내 유일한 계약서다?

아직까지 개인이 갑인 계약서는 출판 계약서만 보았다. 갑/을 관계에서 "을"은 늘 쫓기거나, 쫒아 다녀야 하는 존재다. 출판 계약서도 당연히 작가가 "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가들도 계약서 앞에서만큼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계약서 조항들에 대해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기보다, 출판사 제안에 맞추려 하실 때가 종종 있다. 작가가 갑이기에 계약서의 내용은 협의하여 변경할 수 있다.


2.1쇄 발행부수는 어느 정도 일까?

출판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보통 1쇄 발행 부수는 1000~3000부다. 규모가 큰 출판사는 2천 부 이상을 발행한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의 유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력이 있음에도 1쇄에서 1000~1500부만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1쇄 판매 추이를 보고, 바로 2쇄를 준비하여 재고물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진 출판사들은 이런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고 모든 분야에 강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특정분야에서 1위를 하는 작은 출판사들이 있다. 


3. 인세는 보통 몇% 인가? 높은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책을 처음 출간하는 작가는 보통 도서 판매가의 8~10% 인세를 받는다. 인기 있는 작가의 경우 12~15% 인세를 받는다. 출판사별로 최저 인세가 정해져 있으며, 일부 출판사는 10%가 최저인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세가 높을수록 작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게 된다. 제시된 인세가 낮아서 고민이 된다면, 출판사의 마케팅 역량과 유통력을 보면 판단에 도움이 된다. 마케팅과 유통을 잘하는 출판사라면, 발행부수가 많아지게 되어 인세율과 관계없이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세가 15%이나, 1쇄만 발행하고 더 이상 발행이 안 된다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적을 수밖에 없다. 인세율을 조정하기 위해 협상하기보다, 발행부수를 조정하거나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함께 내는 게 더 유익할 수 있다.


4. 선 인세/후 인세 정산?

인세의 정산은 선 정산과 후 정산이 있다. 선 정산은 흔히들 계약서에 계약금으로 표시된다. 계약금은 50만 원~150만 원 내외로 지급한다. 받은 계약금만큼 인세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선 인세라고 한다.

후 정산은 출판사 정산 주기에 맞춰 정산이 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분기별/반기별/연간 정산을 한다. 작가가 원할 경우 월간 정산을 해주기도 하지만, 이 경우 입금되는 인세도 많지 않고 출판사도 복잡하다. 되도록이면 출판사의 정산 시스템을 따르는걸 권장한다. 인세가 정산주기 안에 일정 금액이 되지 않으면, 정산을 다음 회차로 미루어 정산하는 출판사도 있다.


5. 전자 출판 및 2차 저작권 인세는 다르다.

전자책으로 출간하거나, 책의 삽화나 글을 이용하여 상업적 행위를 할 경우 인세가 발생한다. 전자 출판의 경우 종이책과는 달리 인세율이 높다. 물류비용이 가감되기 때문에, 필요경비가 감소되어 작가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크다. 보통 15%~50%이다. 종이 출판과 전자 출판의 인세율이 동일하여, 출판사와 재조정하라고 의견 드린 작가는 지금까지 1명이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를 이용하여 다른 상품을 만들거나, 전시회 등을 계획한다면 이를 출판사에 미리 알리는 게 좋다. 출판사에서 상품 제작이나 전시회 등을 고민하고 출간 제안을 한 것이라면 출판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또는 그때마다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6. 홍보용 책 부수는?

출간이 되면, 출판사는 홍보를 하기 위해 언론매체에 책을 보내거나, 특정 단체나 인물, 도서관 등에 증정한다. 이때 사용될 부수를 계약서에 미리 기재한다. 홍보용으로 사용된 책은 판매가 된 것이 아니므로, 작가에게 인세를 주지 않는다. 이 홍보부수를 표시한 계약서라면, 홍보 부수가 적정한가를 상세히 따져보는 게 좋다. 홍보 부수가 표시되지 않았다면, 몇 권이라 기재하고 초과될 경우 작가에게 고지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을 권장드린다.


7. 출판권 설정 기간에 대한 오해

보통 5년이다. 대부분이 그렇다. 작가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출판권 계약기간을 축소할 수 있다. 출판권 설정 기간이 길면, 작가들은 부담스러워한다. "내 글이 출판사에 한 곳에 5년 동안 묶여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출판사는 이 5년 동안 책이 유통되게 해야 한다. 한 출판사에서 2년 계약하고, 2년 뒤에 다른 출판사와 재계약해서 책을 유통시키는 작가와 출판사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기간 동안 책이 유통되지 않고 있다면, 작가는 출판사에게 계약해지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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