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슈퍼우먼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by 디파이어

최근 "억대 연봉자도 살기 팍팍하다"는 내용의 영상을 봤는데 댓글창의 분위기가 묘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공감보다는 "요즘 세상에 맞벌이는 필수다", "집에서 노는 아내는 왜 일을 안 하냐"는 식의 날 선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 '무지한' 댓글들을 보며 글을 쓰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정은 내 수입만으로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각 가정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누군가에게 외벌이는 게으름이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전략이자 가치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전문직 아내가 경력단절을 선택한 이유 (Feat. 5세, 3세)

내 아내는 면허가 있는 전문직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재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아내의 복직을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5세와 3세,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두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애들 어린이집, 유치원 갔을 때 일하면 되지 않나?"라고 묻는 이들은 육아의 '디테일'을 모르는 것이다. 등하원 전쟁, 틈만 나면 찾아오는 아이들의 병원행, 쌓여가는 집안일, 여기에 틈틈이 처가 부모님의 사업까지 온라인으로 돕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생계를 위해 맞벌이가 강제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무리해서 아내에게 '출근'까지 강요하는 건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왜 '이모님'을 쓰지 않는가?

돈을 써서 도우미(이모님)를 구하면 되지 않냐는 반문도 있다. 비용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다. 우리 부부는 타인에게 내 집과 내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사람을 구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 집의 살림 주도권을 남에게 넘기느니, 부모가 직접 감당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나는 시간적, 체력적으로 집안일을 전담할 수 없다. 아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집이라는 시스템은 멈춰버린다.


개발자가 본 육아 vs 코딩: 무엇이 더 힘든가

단언컨대, 육아보다 회사 일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훨씬 쉽다.


나는 개발자다. 결혼 전에는 밤 10시, 11시 퇴근은 기본이었고 새벽까지 코딩하는 날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때가 지금의 육아보다 정신적으로는 덜 피곤했다.


업무는 '끝'이 있고 성취가 보이지만, 육아는 퇴근 없는 24시간 대기 상태다. "전업주부는 논다"는 인식은 직장 생활의 고단함만 알고 육아의 '무한 루프'를 모르는 이들의 오해다. 솔직히 말해, 야근하고 밤새 일하는 게 육아보다 낫다. 나는 내가 밖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슈퍼우먼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1초도 쉬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강인한 체력의 슈퍼우먼들이 있다. 하지만 내 아내는 그런 기계가 아니며, 굳이 아내를 일터로 내몰아야 할 경제적 절박함도 없다.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억지로 자신을 갈아 넣으며 살기를 원치 않는다.


부모가 체력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아이에게 한 번 더 웃어줄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과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의 삶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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