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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p Mar 15. 2018

어딘가로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파주라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최북단이죠. 북한과 맞닿아 있는 곳이지만 위험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한국의 평범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에게 선물을 하나 보내기 위함입니다. 이 선물은 조금은 짐과 같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짐을 받아 준다면 미래 우리 모두의 삶의 짐이 약간은 가볍게 될 수도 있겠죠.    


 이 소녀상은 2011년 한 시민단체에 의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되었습니다. 이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당시 일본에 끌려가 종군위안부가 되었던 소녀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입니다. 그리고 2015년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한국에서는 시민단체와 협의 하에 이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일본 측에는 그 발표가 빠져있었죠.    


 전쟁이 끝난 후, 어떤 소녀들은 돌아오지 못했고, 어떤 소녀들은 이제 소녀가 아닌 채로 고향에 돌아왔죠.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겪은 일을 숨겼으리라 짐작합니다. 우리에게는 이와 비슷한 역사가 과거에도 있었고 다른 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역사가 있죠. 물론 제 2차대전의 일본처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겠지만요.    


 그래요. 한동안, 그들은 위로해주고 보듬어 줄 상처가 아니라 외면하고픈 부분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할 사회적인 언어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피해자들이 자신을 극복하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안된 복잡한 미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미로에서 많은 사람들은 길을 잃고 또 많은 사람들은 지치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원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어갑니다.     


 일본은 이제야말로 최종적인 합의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100억엔을 내던지고 과거를 잊고 싶어합니다. 일본의 역사책에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없던 것으로 하고 싶어할 뿐입니다. 한국정부는 일본과의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의 존재가 걸림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국민들은 침략받았던 과거사로 상처받은 자존심에 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일부는 이 미로에 지쳐 관심을 잃어갑니다. 그리고 중국, 일본, 미국, 한국, 북한이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국제사정이 존재합니다. 그러는 동안 이제 진정으로 상처받았던 그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일본은 왜 철거를 주장할까요?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는 감정을 보인다면 모두에게 인정받을 텐데. 아마도 그들이 가진 다신교적인 믿음이 본능적인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는 게 우스운 진실일 수도 있겠죠. 그들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인격적인 자아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돈과 힘의 논리에 의존하는 것에서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현실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의 현실일 수도 있죠. 여기에 굴복해야 할까요?    


어느 날 휴일, 때 되면 하는 텔레비전의 위안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인터넷을 뒤져 이 소녀상을 샀습니다. 소녀상을 사고 나서 전 조금 아팠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나는 좋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왜 아플까. 이건 외면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알게 되었죠. 그들이 왜 외면하고 싶어했는지. 사실을 직면하는 것은 아픈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나도 이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소녀상을 버리고 외면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유지될 때, 우리는 미로 속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가 가진 힘과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을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작은 새들이 저의 창가를 방문했습니다. 마치 아주 작은 힘들을 모아 이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어하듯이요. 저는 이 편지가 당신에게 그 작은 새들처럼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에게 이 선물을 보내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미로를 돌파하는 힘과 의지를 모으는 방법은 많은 사람이 잠시 그녀와 함께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그녀는 더 이상 아프지도 외면받지도 않을 거라고. 그리고 우리도 이 어리석은 내셔널리즘의 혼란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을거라고요. 그리고 소녀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곳의 학교생활을 거기서 잠시 즐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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