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즐거움

by 이두

“그러니까, 여기서 호박을 썩은 후 소금을 흩뿌려 한 십분 정도 두셔야 합니다. 이후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두른 후 이 저려둔 호박을 물기를 짜서 프라이팬에 넣습니다……”


요리 유튜버는 이렇게 요리하는 법을 상세히 알려 주고 있다. 오늘 벌써 감자채 썰어 볶음을 만들고 잠시 쉬고 있는데 아내는 말했다.


“얻어온 호박, 뭔가 만들어하지 않아?”


회사에서 어제 호박을 하나 얻었다.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점심을 먹고 운동삼아 나선 길에 산에 열린 호박을 하나 따온 것이다. 호박은 동그란 공모양으로 큰 사과 만한 모습이었다. 탐스러운 모양이었다. 더 큰 것을 준다는 것을 나는 사양하고 작은 것으로 받았다. 아내는 그것을 그냥 냉장고에 두기보다는 무언가 요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글쎄다, 호박으로 요리를 만들어 보기는 난생처음이라서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생전의 어머니는 호박으로 물을 많이 넣고 새우젓을 넣고 끓여주었다. 그러면 다디단 호박에 밥을 말아먹기도 한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나에게는 역시 유튜브라는 요리 책이 있다.


역시나 유튜브로 검색을 하니 호박 요리가 여가가지 올라온다. 그중에서 제일 손쉬워 보이는 것으로 택했다. 호박 조림, 이것으로 정했다.


호박을 먹기 좋게 썬다. 이후에 소금에 한 10분간 절여둔다. 프라이팬에 들기름과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을 넣고 끓인다. 유튜버는 양파와 대파를 넣으란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양파와 대파가 단맛을 내는 기본임을 배웠다. 양파를 썰고 대파를 썰어 프라이팬에 넣고 볶는다. 유튜버는 새우젓을 약간 넣어주라고 한다. 하지만 집에는 새우젓이 없다. 다음에 꼭 사다 놓겠다고 다짐하고 이 부분은 생략한다. 고추도 홍고추 초록 고추 모두 넣으라고 하는데, 홍고추는 없다. 풋고추만 넣는다. 저려두었던 호박의 물기를 꼭 짜서 프라이팬에 투입하고 나무 주걱으로 저어준다. 쉽게 익지 않는다. 눌어붙지 말라고 계속 젓는다. 숟가락과 나무 주걱으로 번갈아 가며 저어준다. 아내가 나와 지청구를 넣는다. 이것도 조미료다.


“내가, 이 숟가락 쓰지 말라했지…. 프라이팬 다 긁힌다”



나는 마지못해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무주걱으로만 호박을 저어준다. 양파와 대파는 숨이 죽어 어느덧 흐물흐물해지고 단 맛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거의 다 되었다. 근데 색이 영 아니다. 푸른 기운만 돌아 맛이 없어 보인다. 유튜버는 고춧가루 넣으란 말을 안 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생각하고 고춧가루 한 숟가락을 듬뿍 투입한다. 색깔이 빨그스레 해진다. 맛있겠다. 요리가 다 되었다.



내가 요리를 시작한 것은 퇴직하고 박물관 경비를 나서고부터이다. 나이 60이 넘으면 이런 박물관 경비일이 딱이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우체국에서 정년을 한 뒤 한 달도 쉬지 않고 바로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같은 층에 사는 늙수그레한 양반은 나에게 본인은 퇴직하고 사오 년을 놀다가 이제 겨우 날일을 다닌다고 했다. 노는 것보다 지겨운 것은 없다고 했다. 내 생각도 비슷하다.


이 경비일이라고 하는 것이 하루온종일 24시간 근무를 하여야 한다. 이것을 세상사람들은 쉽게 <퐁당퐁당 일>이라고 한다. 퐁당퐁당, 하루 쉬고, 하루 일하고 하여 퐁당퐁당 일이다. 근데 문제는 이 경비하는 박물관이 외진 곳에 위치하여 구내식당은 물론 근처에 매식을 할만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는 수 없이 도시락을 하루 두 끼 도시락을 챙겨가야만 했다. 밥은 문제가 아닌데, 도시락 반찬이 문제가 되었다.


아내가 병중이어서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줄 수 없었다. 결국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내가 도시락 반찬을 만들기에 나섰다. 그 옛날 국민학교 3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간 어머니는 내 도시락을 싸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고초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김치와 마늘종, 지금도 생각나는 김치 담긴 병을 샐까 봐 라면 봉지 안에 넣어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이렇게 하여 요리를 시작했다. 결국 내 요리는 도시락 반찬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셈이다. 만드는 방법을 유튜브를 보고 전부 만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것들은, 진미채 볶음, 어묵 볶음, 두부조림, 감자조림, 감자채 볶음, 그리고 오늘 처음 시도해 본 호박 조림이 추가되었다.


유튜브는 백종원 선생이 하는 쿠킹로그, 요리연구가 이보은 선생이 하는 쿡피아 등을 자주 보았다. 유튜브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 1년 새에 무려 백만 조회수에 달한다는 사실이었다. 아, 이렇게 조회수가 많으면 돈을 얼마나 버는 거야? 하지만 한 번 본 것을 또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매번 할 때마다 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하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고 해도 ,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 듯하여 다시 핸드폰을 붙들고 유튜브를 틀고 다시 보게 된다. 그러면 조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요리를 하면 좋은 점은 적어도 집안에 화기가 넘치게 된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깨진 유리창은 범죄를 부른다는 법칙이다. 반대로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난다면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좋아진다. 요리를 해서 먼저 도시락 반찬을 담은 후 남은 것은 저녁 반찬으로 쓰인다. 그럴 때면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어때, 아빠가 한 거 맛있지…….”

그러면 딸아이 대답은 똑같다.

“그~래에……”

아들의 대답도 비슷하다.

고개만 끄떡한다. 그러면 옆에 있는 아내가 한마디 한다.

“당신을 그 생색내는 것만 없으면 좋은데, 생색 때문에 점수를 깎이거든…….”

그러면 나는 머쓱해서 말없이 밥을 먹는다.



요리를 하면서 또 느끼는 또 좋은 점은 무언가가 이렇게 이십 분이나 삼십 분 만에 바로 성과를 나타내는 것은, 이 요리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모든 일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겨우 성과가 나타난다면 요리라고 하는 것은 바로 삼십분만에 바로 성과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직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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