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에 대하여

by 이두

여름이다.


또 발가락에 무좀이 창궐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또 따라붙었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발바닥 부분의 굳은살 속에 무좀균이 물집을 만들었다. 걸을 때마다 아팠다. 할 수 없이 무좀약을 바르고 하여도 그때뿐이고 이윽고는 오른쪽 새끼발가락에도 물집을 만들었다. 할 수 없이 손톱깎이로 물집을 터트리고 요오드 액으로 소독을 했다. 처음에는 조금 아렸지만 이것이 좀 더 효과가 있었다. 더 이상 물집을 생기지 않았다. 다행이다.


내 발의 무좀의 역사는 길고 길다. 그 얘기를 해 보자. 우선 임진강의 물결이 생각난다. 이 무좀은 그 임진강의 물속에서 탄생하였다. 무슨 말인가? 군대시절 임진강으로 단정훈련을 나갔다. 단정훈련이란 도하훈련의 일종으로 단정, 고무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는 훈련을 말하였다. 고무보트의 양 측면에 일개 분대원이 반씩 나눠 앉아 노를 저어 강을 건너야 했다. 이때 한쪽 발은 단정 안에 있지만 다른 한쪽 발은 당연히 강물 속에 쳐 박아야 한다.


이때 가죽 군화는 물속에 처박혀서는 안 되는 중요한 보급품이자 재산이어서 군화를 신을 수는 없었다. 그 군화 대용으로 지급된 것이 이름하여 <통일화>였다. 새 통일화냐고? 물론 그랬다면 얼마나 좋겠냐면만은 새것은 아니고 다른 군인이 신던 찌그러진 것이었다.


"야, 아무거나 골라 신어"


말이 떨어졌다. 신발짝이 맞는 것도 아니었다. 대충 비슷한 사이즈의 신발을 골라 발에 넣었다. 통일화는 일종의 농구화 비슷하게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이었는데 색깔은 국방색, 카키색이었다. 그 통일화를 신고 한 달 내내 나는 그 임진강 푸른 강물에 한 발을 담그고, 노를 저었다. 한 번은 배의 왼쪽에 한 번은 배의 오른쪽에 앉아 노를 저었다. 당연히 두 발은 모두 물에 젖어 허옇게 부르텄다. 그때 그 통일화 속에 있던 무좀 균이 나에게 내려온 무좀이 내 무좀균의 시초였다.


<노 세워> <노 앞으로 > <노 저어> 등등 분대장의 구호에 복창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노를 움직였다. 그렇게 한 달을 연습한 끝에 우리는 제법 능숙하게 그 고무보트를 움직여 강의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사단장과 군단장 앞에서의 시범이 있었다, 대대원 중 차출된 우리 중대는 단정을 타고 강을 도하하기 시작했다. 사단장과 군단장은 그 도하 작전을 잘 지켜볼 수 있는 강안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의 보트 앞으로 수색 소대가 먼저 수영을 하여 임진강을 건너기로 되어 있었다. 그것도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물론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올라야 할 건너 편 강둑에서는 물속에서 폭약도 터트려 장관을 연출하기로 했다.


우리는 열심히 고무보트 단정을 노 저어 강을 건넜다. 슬금슬금 군단장 이하 사단장이 앉아서 쌍안경으로 시찰하는 그 언덕 배기를 곁눈질했다. 위의 선임들은 <노 제대로 안 저어, 너희들 강을 건너면 각오해, 자식들> 하는 목소리를 날렸다. 강 중간 정도를 가자 멋지게 강물 속에서 폭탄도 터졌다. 진짜로 전쟁을 하는 듯했다.


건너편 강둑에 보트를 대고 모두 내린 후 엄폐물을 찾아 거총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웬걸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준사 계급장을 단 늙수그레 한 양반이 우리 분대를 오라고 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그대로 따라갔다.


서로의 손을 잡고 그 강물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라고 했다. 강물은 허벅지 아니 배꼽까지 차 올라 있었는데, 우리는 발에 걸리는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사람의 주검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진돗개 한 마리가 강을 수영해 건너다 폭약이 터지는 바람에 폭사했다. 오버>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렇게 이리 저리로 걸리는 것을 찾다가 누군가의 발에 찾는 것이 나왔다. 안타까웠다.


그 통일화를 신고, 그 임진강 강물 속에서 헤집고 다녔다. 그것이 내 무좀의

첫 시작이었다.


이후 무좀은 근 30년을 내 발 속에서 살아 숨 쉬어 왔다. 처음에는 피엠이라는 무좀약을 발랐다. 이 무좀약은 바를 때 시원한 청량감을 주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발바닥은 벗겨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새살이 돋고 무좀에서 낫는 것이다.


하지만 물집이 잡히고 물집이 커져갈 때 이 피엠을 바르고 고생한 적이 있다. 무좀이 여러 군데 물집을 만들고 그 물집을 터뜨리며 피엠을 발라 주었다. 하지만 피엠은 일종의 극약처방으로 발가락들은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피부과를 찾아갔다. 의사는 피엠은 초기 무좀에는 잘 들으나 중기 이후의 무좀에는 효과가 없다고 바르는 연고제를 처방해 주었다. 그것을 바르고서야 겨우 발의 무좀은 진정이 되었다.


이번 여름에도 무좀이 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내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말에 운동화를 안 신으면 걷기 운동을 못하게 된다. 걷기 운동은 내 빠뜨릴 수 없는 하루 일과이다.


마침내 나는 이번 여름 샌들을 하나 구입했다. 양말을 신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앞에는 시원하게 틔였고 뒤축도 지지해 주는 샌들이다. 이름하여 슬래진저 샌들 파란색의 샌들이 날렵했다.


이 샌들을 신고, 양말을 벗고 살면 이번 여름 무좀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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