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동네’ 또는 ‘우리 동네’라고 말하는 곳은 미국 델라웨어주입니다. 한국의 충청북도 크기의 아주 작은 주입니다. 제가 주 전체를 ‘우리 동네’ 또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라고 말하는 까닭은 주 전체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 딱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저녁으로 The News Journal이라는 신문을 통해 동네 뉴스들을 만난답니다.
제가 ‘미국은 어떻다더라’나 ‘한국에선 지금…’하는 이야기나 뉴스들을 선뜻 받아 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제가 의심이 많은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종종, 아니 어쩌면 아주 빈번하게 전해 듣는 미국 뉴스 또는 미국 이야기와 제가 살고 있는 곳의 생활과는 많이 동떨어진 경우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이 좋아진 세상을 마음껏 누리곤 한답니다. 전해 듣는 이야기나 뉴스들의 전파 과정이나 원형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우리 동네에는 Dover Air Force Base라는 아주 큰 공군기지가 있답니다. 미군 전체 전략 항공 수송의 약 25%가 이 기지를 통해 들고나는 미국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한 전략 거점 중 하나 이기도 하거니와 델라웨어주에서는 세 번째로 큰 산업군(보건의료, 금융서비스 다음으로)으로 분류될 만큼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 도버 공군기지가 동네 신문에 주요 기사로 올라오면 대개의 경우 좋은 일은 아니랍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병력과 물자가 이 기지를 통해 떠났다는 뉴스가 제 기억에 남아 있거니와 해외에서 복무 중 사망한 미군들과 국방부 공무원들이 본국으로 귀환할 때 가장 먼저 도착하는 유일한 미국 본토 내 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에 트럼프가 이 기지를 방문했던 일도 시리아에서 사망한 미군병사를 맞는 국가적 예의였지요. 하여 도버 공군기지 뉴스는 그리 반갑게 다가오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아주 작은 공항이 하나 있답니다. 제 집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윌밍턴 공항(Wilmington Airport)입니다. 이 공항 역시 오랜 기간 군 공항기지였는데 상업용 민항기가 뜨고 내리기 시작한 지는 약 10여 년 전 일인이랍니다. 처음 3년쯤 이어지다가 끊긴 후, 2021년부터 Avelo라는 저가 항공사 민항기가 사용을 하고 있답니다. 여러 곳을 운항하는 것은 아니고 플로리다와 노스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푸에르토리코 등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오고 간답니다. 값은 정말 저렴해서 이따금 혹하고는 하는데 아직 타본 적은 없답니다.
그런데 이 공항 앞에서 지난해 봄부터 동네 주민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았었답니다. 지난해 봄부터 이 공항을 이용하는 Avolo 항공사가 미 국토안보부(DHS)와 계약을 맺고 ICE(이민세관단속국)를 위한 강제추방 전세기 운항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즉 강제 추방자들을 타주에 있는 감금 시설로 이송하거나 해외 추방 목적지로 이민자들을 실어 나르는 전세기를 운항한 것입니다.
가족들을 분리 격리시키고, 인권 문제와 직결된 강제추방 정책을 민간 항공사가 수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 항공사를 델라웨어에서 추방시켜야 한다는 시위였습니다.
엊그제 동네 신문은 Avelo항공사가 ICE를 대신해 이민자 강제추방을 위한 전용 전세기를 애리조나에서 운영했으며, 이 계약을 2026년 1월 27일부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은 그동안 이 시위를 이끌어 온 켄 그랜트(Ken Grant)가 이 결정을 환영하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인프라가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고, 가족을 분리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진전”이며 “우리의 목소리와 함께 해준 수많은 지역 주민, 활동가, 지역 지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승리는 델라웨어 주민들이 정의를 위해 단결하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고.
그러나 정작 Avelo 항공사 측이 내놓은 이번 결정에 대한 성명을 보면 쓴웃음을 지울 수가 없답니다.
항공사 대변인 코트니 고프(Courtney Goff)의 말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제공했지만, 운영상의 복잡성과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제공하지는 못했다”(The program provided short-term benefits but ultimately did not deliver enough consistent and predictable revenue to overcome its operational complexity and costs.)
단순 명료하게 ‘반대 시위 때문이 아니라 돈이 남지 않아 접는다.’는 말이지요.
그 속내를 따져보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 그놈의 <돈>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씁쓸하답니다.
드디어 우리 동네도 분노의 시위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ICE OUT for GOOD> 시위입니다. 오늘 시위에서 오늘의 미국을 잘 그려준 피켓으로 제가 꼽은 것은 <이건 정상(正常)이 아니다>입니다.
오늘 시위에는 우리 동네 주지사인 Matt Meyer도 마이크를 잡고 이 시위의 정당성을 외쳤답니다.
사가(史家)들은 말한다지요. 역사 이래 제국이라고 불리었던 국가들의 존속기간은 평균 220년에서 250년 즈음이라고요. 물론 로마, 신성로마, 오스만제국 등 500년 1000년을 지속했던 국가들도 있지만 말입니다. 마침 올해가 미국 건국 250주년이라는 것에 생각이 닿아 떠올려 본 이야기지요.
저는 우리 동네 델라웨어를 참 좋아한답니다. 조용하게 부대끼지 않으며 살만한 곳이랍니다. 물론 미국의 여느 곳처럼 총기 사고도 끊이지는 않지만, 동네 공동체로써 주정부, 의회, 언론, 교육, 의료, 복지 등등 여전히 진보 가능한 점들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으로 좋아한답니다.
바라기는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미국이 세상이 죽어서도 지울 수 없는 내 모국 한반도가 모두 모두 <이게 정상입니다>라는 때가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가까워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