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가, 당최

by 당최서생

평소에는 예의 바르고 조용한 사람이 돌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전대를 잡았을 때와 스마트폰이나 키보드 앞에만 서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곤 합니다. 거침없이 비난을 쏟아내고,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공격적인 말을 내뱉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토록 쉽게 괴물이 되는 걸까요? 당최.


인터넷이라는 세상은 현실과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익명성(Anonymity)과 불가시성(Invisibility)입니다. 우리는 닉네임이나 아바타 뒤에 숨어 자신의 실제 신원을 감출 수 있습니다. "너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는 이 익명성은 사회적 지위나 외모, 나이 같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억제 심리를 무장 해제 시키기도 합니다. 여기에 텍스트 기반의 소통이 주는 불가시성이 더해집니다. "나는 너를 볼 수 없고, 너도 나를 볼 수 없다"는 환경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 분위기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차단해 버립니다. 그 결과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둔감해지게 됩니다.


인터넷의 환경적 특징은 온라인 탈억제(Online Disinhibition)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현실 세계의 사회적 규범이나 예의를 지키려는 마음의 브레이크가 약해져, 평소에는 하지 않을 무책임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표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이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는 꽤 교묘합니다. "어차피 누군지 모르는데 뭐." 우리는 온라인상의 인격과 현실의 나를 분리하며 책임감을 내려놓습니다. 화면 너머 상대방의 고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이 줄어듭니다. 나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무시하게 되는 것이죠. 공격성을 표출하면서도 "저 사람이 먼저 잘못했잖아"라며 비난의 화살을 상대에게 돌리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이런 심리적 기제가 낳은 결과는 참혹합니다. 악성 댓글, 사이버 불링(괴롭힘), 혐오 표현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해자는 그저 "장난이었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그 말들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됩니다. 사이버 폭력은 24시간 내내 지속될 수 있으며, 피해자는 현실 공간보다 더 큰 고통 속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유명인이 보이지 않는 언어의 칼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비극을 목격해 왔습니다. 키보드는 누군가의 인생을 파괴하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인터넷에서 어떤 시민인가?" 건강한 디지털 사회를 위해서는 네티켓(Netiquette)이 필요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사이버 공간의 주체 역시 인간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화면 너머에 나와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음을 항상 기억하고, 타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보를 공유하기 전, 댓글을 달기 전 딱 3초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 글이 나를 너무 감정적으로 만들지는 않는지, 내가 쓰는 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가 될지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바로 3초의 잠시 멈춤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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