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 진짜 인물사진은 무엇일까, 당최

by 당최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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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에이미 다웰 호주국립대 교수 연구진의 논문(http://dx.doi.org/10.1177/09567976231207095)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오늘은 이 논문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우선 여러분! 이 중 인공지능이 그린 인물사진은 무엇일까요? 열 개의 인물사진 중 다섯 개는 실제 인물사진이고, 다섯 개는 인공지능이 만든 인물사진입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인물사진 다섯 개의 번호를 적어 보세요. 곧 정답을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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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몇 개나 맞히셨나요? 저는 인공지능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진들이 모두 실제 인물사진이고, 실제 인물사진이라고 생각했던 사진들이 실제로는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더군요. 어색한 눈동자나 뭉개진 배경을 보고 "이건 AI가 그렸군" 하며 번호를 적었는데 전부 틀렸네요. 이와 같이 인공지능이 만든 얼굴이 실제 사람의 얼굴보다 더 사람 같아 보이는 현상을 AI 하이퍼리얼리즘(AI Hyperrealism)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을 넘어 우리가 인공지능의 창조물을 진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표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에이미 다웰 교수 논문에서 가장 사람 같다고 평가받은 상위 3개의 얼굴이 모두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이었다는 대목에서는 공포감이 일었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의 뇌는 이 차가운 알고리즘의 결과물에 속아 넘어가는 것일까요? 그 비밀은 심리학의 얼굴 공간 이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수많은 얼굴을 보며 그 평균적인 특징을 뇌 속에 저장하는데,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지극히 평균적인 얼굴들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평균에 가까운 얼굴일수록 더 비례가 잘 맞고, 친숙하며, 매력적이라고 느낍니다. 결국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그 완벽하게 평균적인 비율과 친근한 인상이 우리로 하여금 "이거야말로 진짜 사람의 얼굴이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반면 진짜 인간의 얼굴은 개개인마다 독특한 불균형이나 특징이 있어 오히려 기계가 만든 매끄러운 가상 인물보다 덜 인간적으로 오해받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유독 백인의 인물사진에서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유색인종의 AI 얼굴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정확도가 50.5%였던 반면, 백인 AI 얼굴은 약 65.9%에서 69.5%가 인간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라기보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학습한 데이터의 약 69%가 백인의 얼굴이었기에, 알고리즘은 백인의 얼굴 특징을 훨씬 더 정교하고 평균적으로 재현해 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로 인해 인공지능은 백인 얼굴에 대해서만 더욱 강력한 하이퍼리얼리즘을 구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이 그리는 표준적인 인간상이 특정 인종에 편향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AI 하이퍼리얼리즘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무엇일까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리가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스스로의 판단을 과신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AI 얼굴을 구별하는 성적이 가장 낮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보였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가짜일 수 있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 이 과도한 확신은 가짜 계정을 통한 정치적 미확인 정보 확산이나 사기 행각에 우리를 무방비로 노출시킵니다. 더 나아가 특정 인종의 얼굴만 더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기술적 편향은 온라인상에서 인종적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이 큽니다.


당최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기술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허상을 빚어내고, 우리는 그 정교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진실을 보는 눈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진짜라고 믿으며 안심하는 사이, 그 이면의 편향과 왜곡이 우리의 사회 시스템을 잠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멈춰 서서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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