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의 '한국의 자본주의를 읽고
장하성 교수의 '한국의 자본주의'를 읽고.
세간의 인식에 반박하는 내용들이 눈길을 확 끈다.
'론스타는 먹튀다'라는 것도 그중 하나.
장하성 교수는 책에서 론스타 먹튀 논란에 대해 한국 채권단에서 증자를 포기한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경영목적으로 인수했고, 8년 후 4.7조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는데, 이걸 갖고 먹튀라고 배척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부 유출로 보는 시각은 더더욱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론스타가 4.7조 원 벌 때 다른 주주들도 벌었고 외환은행의 시가총액 액도 늘었고, 전체적으로 한국의 부도 늘었는데, 론스타를 먹튀로 몰아 부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채권단도 포기한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장 교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소버린과 SK의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 언론에 많이 나오는 앵글들과는 다른 주장을 편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기획 합병에 태클 걸고 나선 것에 대한 시각도 궁금했는데 출간 타이밍과는 맞지 않았나 보다. 엘리엇에 대해서도 논점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장하성 교수는 진보 진영 일각에서 신자유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IMF 이후 한국이 신자유주의 경제로 빠르게 전환됐다는 시각에 대해 한국은 시장 경제에 대한 경험 없이 계획경제 체제에 있다 IMF로 시장 경제가 사실상 처음 도입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케인즈 식 시장 경제를 하다 8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경제로 전환한 영국과 미국 상황을 들어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폐해를 들먹이는 건 오버액션이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신자유주의는 복지국가를 비판하면서 나온 건데 한국은 복지국가 자체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똑같이 바라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IMF 이후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된 게 아니라 시장 경제가 본격 도입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논리다. 시장 경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풀어줬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친기업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양극화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이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한국처럼 복지국가 경험 없이 시장 경제에 노출되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국가가 방치하면서 살기 힘들어 닌 나라들은 중남미 지역에도 꽤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시장 경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진세 강화하고 기업들이 내부에게 과다하게 유보금을 보유하면 과세하고,... 그걸로 고용과 교육, 복지에 투자하고...
장하준 교수와 장하성 교수는 사촌 지간 경제학자다. 둘 다 유명 경제학자인데 한국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정말로 딴생각을 갖고 있는 듯.
장하성 교수는 재벌개혁론자다. 반면 장하성 교수는 재벌과의 사회적 대타협으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장하성 교수는 꿈같은 얘기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재벌 개혁은 자칫 해외 자본에 재벌이 넘어가, 국가경제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조한다. 장하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주주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는 반면 장하성 교수는 재벌이 식당까지 하는 독과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마추어 입장에서 걸출한 두 경제학자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것 같다. 내공이 떨어지니 생각이 왔다 갔다 할 뿐이다.
두 사람이 칼럼이나 책에서 서로의 이름을 언급한 걸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글을 통해 우회적으로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나 '공개 설전'을 벌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