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읽고
정치 얘기할 때 못사는 사람들이 새누리당 찍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넘어 분노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나 역시도 존재를 배반하는 이들을 이해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야당이 제대로 못해서 그렇지하고 생각할 뿐이다.
미국의 진보가 보수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조지 레이코프 저)를 읽고 나니 인지과학의 세계에서 존재의 배반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한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투표한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한다. 물론 그들은 자기 이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보다 자기의 정체성에 투표한다. 자기의 정체성이 자기 이익과 일차한다면 두말할것 없이 그쪽으로 투표할 것이다. 이걸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언제나 단순히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다.
강남 사람들이 새누리당 많이 찍는 것도 비슷한 관점으로 볼 수 있겠다.
정체성은 곧 프레임이다. 어렵게 살아도 대통령처럼 나라걱정만 하는 사람이 선거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진영이 상대편 진영의 유권자를 잡기 위해 보수적인 색깔, 한국식으로 말하면 중도를 과하게 표방하는 것도 필패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보수적인 면도 있고 진보적인 면도 있다.
둘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가지 요소가 버무려져 있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이다. 진보가 보수를 지지하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수 코드를 건드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내재된 진보 코드를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가 진보 진영에 두표하게 된다. 인지과학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과거 김영삼이 틈날때마다 강조했던 선명야당은 인지과학 측면에선 합리적인 슬로건이었다.
어떤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먹혀들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한다.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과 진실은 버려진다. 인지과학의 세계가 그렇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기자들도 프레임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겉보기에는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속에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는 프레임을 꿰뚫어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 말로 기자들의 특별한 의무라는 것이다.
얼마 후 이 책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