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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an 14. 2018

규제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을 위한 변명

신기술과 관련해 규제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들은 여기저기에서 욕을 많이 먹는다. 기술 업계 관계자들의 모임에 가면 신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은 기승전 공무원으로 결론이 날때가 많다. 


공무원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고, 과거의 사고 방식에 얽매여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공무원들, 특히 한국 공무원들은 미래 보다는 현재에 맞춰 규제 정책을 수립한다는 지적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과 테크 기업 관계자들의 사고 방식에 공통 분모가 많은게 바람직하다 할 수 있을까?


최근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 책 업스타트를 읽으면서 규제 당국이 신기술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예전보다는 너그럽게 이해하게 됐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의 경우 내가 규제 당국자라고 해도 바로 허가해주기가 고민스러웠을 것 같다.


한국은 도시민방법에 등록하고 주인이 같이 거주하면서 숙박 공유를 하는 건 가능하지만 오피스텔이나 원룸은 제외다. 미국과 비교하면 보수적인게 사실이다.


기존 숙박 회사들의 반발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거 하나 때문에 정부가 숙박 공유 확대에 소극적이라고 볼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업스타트에 따르면 미국도, 특히 혁신 도시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시도 에어비앤비 합법화를 놓고 찬반이 뜨거웠다. 


특히 숙박 공유가 주택 위기 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둘러싸고 새로운 거주자와 예전 거주자, 기술 전문가와 일반인, 그리고 중도 민주당 지지자와 진보주의자와 사이 간 논쟁이 뜨거웠다.


정도를 놓고 논쟁이 있지만 숙박 공유는 주택 부족과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집값이 이슈인 상황에서 숙박 공유가 확산되면 집없는 사람들의 부담이 심해질 수 있다. 집있는 사람들이 전세나 월세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숙박 공유에 뛰어들고, 숙박 공유를 위해 오피스텔이나 집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주택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들이 주택 문제까지 고려해 숙박 공유를 허가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면  어느정도는 소극적이고 신중해지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한국의 공무원들이 집없는 사람들이 고단해 질수 있음을 고려해 한국에서 에어비앤비같은 숙박 공유에 인색한 것인지는 나로서는 확인할 길은 없다. 


최근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서도 정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거래소 규제 강화를 놓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잠재력까지 죽이는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거래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반박하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구경꾼 입장에선 솔직히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엄청난 혁신성을 가진 건 맞는거 같은데...그래도 정부가 거래소를 폐지하는 카드까지는 뽑아들거 같지 않다.


아무튼 가상화폐 규제 관련해 정부 당국자들은 나중에 일어날 많은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면서 나쁘게만 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워런 버핏같은 투자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노벨상을 받은 진보 경제학자들까지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일반인 입장에선 어느게 맞는 것인지 헷갈릴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고 확실하게 정한게 만큼,  관련 테크 기업 관계자들도  정부가 하는일이 그렇지 뭐 하는 식으로 비판 하기보다는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다. 디스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규제 당국자들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사업을 해왔다. 처음부터 규제로부터 해방된 것이 아니었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공무원들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나름 깨달은게 있다고 한다. 결국 대화가 이기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업스타트에 있는 내용을 공유한다.


도시들과 기꺼이 파트너가 돼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의사를 가지는 겁니다. 저는 직접 가서 시 관리들과 만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면 당신은 종종 그들을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당신 역시 그들을 미워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유일한 해결책은 당신 회사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만나는 겁니다. 바로 가까이에서는 미워하기는 힘들다는 격언이 있는데, 저는 그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신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미워하기는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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