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세계경제패권을 향한 환율전쟁을 읽고
환율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은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은 책 세계경제패권을 향한 환율전쟁. 저자는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많이 공부한 칼럼니스트인데, 책을 다 읽고 그가 암호화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2011년에 나온 책이라, 암호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세계 단일 통화 개념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세계가 단일 국가로 통일되지 않은 이상, 세계 화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통합 화폐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유로화다. 유로존은 정부는 따로따로인 상황에서 통화만 합쳐진 케이스다.
경기가 좋을때는 잘 굴러가지만, 경기가 안좋을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단일 통화라는 룰에 얽매이다보니 각국 정부는 화폐 발행 등에서 재량권을 갖기가 어렵다. 경기가 어려우면 화폐를 더 발행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유로존 구조에선 각국 정부가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스가 파산 위기까지 겪은 것도 이같은 매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유로를 근거로 저자는 정부 체제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세계 단일 화폐를 도입한다는 것은 정책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본위제나 세계화폐 보다는 지금 체제가 낫다는 것이었다.
요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심을 많이 둬서일까? 버블의 단계를 요약한 내용도 관심있게 읽었다.
"버블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경제학자들은 일찍부터 그것을 연구했다. 이들은 버블을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번째 단계는 변혁으로, 상인들이 해상 무역을 준비하든 프랑스가 미시시피 지역을 개발하든, 혹은 한 사람이 인터넷으로 사업을 실시하든, 사람들에게 이 하나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두번째 단계는 흥미로, 사람들은 모두 와! 인터넷, 이것 정말 괜찮은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거 같아.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은 분명 증가할거야, IT테마주는 폭등할 것이 확실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단계는 광풍, 즉 버블이 정점에 달한 단계다. 이 때 사람들은 인터넷이 무엇이든 간에 나와 무슨 상관이야. 닷컴이란 글자만 들어가면 바로 그 주식을 매수하는거야,지금은 부동산보다는 IT테마주가 대세니까 말이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하락세로 넘어가고 있는 국면이다. 네번째 단계는 회의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이 소문만큼, 가치가 있는지 의심한다. 즉 인터넷 기업의 시가총액이 몇억 위안의 가치가 있는지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일부 자금은 이 단계에서 철수를 시작한다. 마지막 단계는 붕괴다. 모두들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터넷이 좋다고 떠벌리던 이들은 모두 갈팡질팡한다. 인터넷기업들의 장밋빛 미래가 대다수는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투자자들은 미친 듯이 IT주를 투매한다. 버블은 급속히 붕괴되고 대량의 부가 공중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금 암호화폐는 어떤 단계에 있을까?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세번째와 네번째 단계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1단계와 2단계를 제대로 거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1단계와 2단계 건더뛰고 3단계로 바로 직행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암호화폐는 너무 빨리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 거품의 퀄리티를 놓고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암호화폐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 그리고 거품이 터지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에는 이론이 별로 없다.
닷컴 열풍때는 사이트라도 있어서 이런거구나하고 체감은 할 수 있었는데, 암호화폐는 거래 말고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손석희가 토론 주제로 삼을 만큼, 국가 차원의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이게 암호화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3단계에서 2단계로 백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4단계 조기 진입으로 이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