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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Feb 05. 2018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진화속에 자유주의는 파괴되는가

[북앤톡]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고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패키지는 근대과 현대 문명을 상징한다. 20세기 후반, 소련이 무너진 이후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질서로 자리를 굳혔다. 경쟁 상대가 없는 만큼, 자유주의 전성시대는 영원할것 처럼 보이지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피엔스에 이어 유발 하라리가 쓴 또 하나의 책 '호모 데우스'를 보면 자유주의는 전성시대는 커녕 이제 종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곧 임종이다. 돌칼이나 카세트 테이프같은 존재가 될 처지다.



위기는 자유주의를 떠받쳐왔던 핵심 가치인 인간의 자유의지가 갖는 신성함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IT와 생명과학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던 인간의 자유의지라는게 알고보니 쉽게 통제 가능한 데이터 알고리즘에 불과했더라는 것이다.


"생명과학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생화학적 알고리즘들의 집합이 지어낸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자유주의를 뿌리채 뒤흔든다. 뇌의 생화학적 기제들이 한 순간의 경험을 일으키고, 그런 경험은 일어나는 순간 사라진다. 자유주의가 직면한 위협은 자유의지를 지닌 개인 따위는 없다는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들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엄청나게 유용한 장치들, 도구들, 구조들의 홍수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주의, 자유시장, 인권이 과연 이 홍수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1세기의 신기술들을 이렇게 인본주의 혁명을 뒤집어 인간에게서 권한을 박탈하고 비인간 알고리즘들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끔찍하다 해도 컴퓨터 괴짜들을 탓하지 마라. 진짜 책임은 생물학자들에게 있으니까. 컴퓨터 과학이 아니라 생물학적 통찰이 이런 추세를 추동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유기체가 알고리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생명과학이다.
시스템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 것이고, 그러므로 중요한 결정의 대부분을 당신 대신 내릴 것이다. 더욱이 당신은 그것에 완벽하게 만족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어째튼 포스트 자유주의 세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 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이런 초인간들은 전대미문의 능력과 전례 없는 창의성을 지닐 것이고, 그런 힘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중요한 대다수의 결정들을 계속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시스템의 유지 보수를 담당할 것이고,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인류가 생물학적 계급으로 쪼개지는 즉시, 자유주의 이념의 근간이 파괴될 것이다.
개인은 점점 누구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한 시스템안의 작은 칩이 되어가고 있다. 전지구적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전지전능해지는 만큼, 시스템과 연결되는 것은 모든 의미의 원천이 된다.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발전이 자유주의를 지탱해온 핵심 가치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자유주의 이후 세상의 거버넌스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인공지능, 생명과학과 융합해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인간들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부상하는 시나리오를 그럴듯하게 제시한다. 생명공학을 통해 사람이 불멸은 아니더라도 200~300년 사는건 가능해진 세상을 상상하니, 어딘가 으스스 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주장은 예정된 미래가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변화하는 지금의 세상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과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의로 수렴하고 있고, 이 교의에 따르면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이다.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들이 곧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이게 세상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까?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변화의 결과를 예상하려면 아래 질문들의 답을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지능과 의식중에 무엇이 더 가치있을까?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세상은 80~90세 사는 사람과 300년 사는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가 될거 같다. 보통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에 밀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 같은 존재가 되려나... 


인공지능과 융합한 인간은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종이 될거라는 전망은 유발 하라리만 하는것이 아니다. 인문학자 알랭 드 보통도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드 리들리의 토론집을 책으로 묶은 '사피엔스의 미래'에서 알래 등 보통은 인간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인간이라는 종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미래의 인간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겁니다.천년뒤에는 죽지 않는 종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 이 새로운 종은 지식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서 항상 행복해하고 천성이 공격적이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다른 종일 것입니다. 그런 종이 출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그 종은 인류를 대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500년내 어느 시점에 더 낫게 설계된 신종 인간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현재 인류의 꿈입니다. 완벽한 기계 인간을 만들거라는 기대이지요. 어쩌다 보니 저도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단히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최고도로 발달할 시점에 이르러서는 우리는 사실상 호모 사피엔스 단계를 벗어난 상태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최고의 인공지능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그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인간과는 다른 누군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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