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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Mar 25. 2018

월북자 아들 이회택이 중앙정보부 직속축구팀에 뽑힌 이유

[북앤톡]한국사를 지켜라를 읽고

SBS 김형민 PD가 쓴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를 읽고 한국이 1966년 영국 월드컵에 페널티까지 먹어가며 불참했던게, 북한이 워낙 잘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60년대 중반만 해도 북한은 여러 면에서 남한을 압도하고 있었어. 그런데이 방귀깨나 뀌는 축구에서마저 북한이 주먹을 뚜두둑거리며 나타난거야. 1966년 영국 월드컵을 앞두고 북한은 그야말로 질주를 거듭했어. 당시 북한의 A매치 경기 기록이 17승 1무, 이 새로운 표범이 아시아 무대를 질주하는 동안, 아시아의 자칭 호랑이 남한은 뭘했느냐, 굴속에 숨어 있었어. 무슨 말이냐고? 남한은 FIFA의 경고와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월드컵 예선 출전을 포기한 거야. 말도 안된다고? 어쩌니, 그게 열등감이라는 거란다. 기권을 하면 했지 패배를 하기 싫다는.


김형민 PD가 쓴 또 다른 역사책 '한국사를 지켜라'를 보니  그때 그시절 한국 축구와 관련해 또 다른 이야기 하나가 눈에 띈다. 7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한 공격수인 이회택 감독 얘기다.


처음 알게된 사실인데, 이회택 감독은 월북자의 아들이었다. 연좌제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던 60~70년대 월북자의 아들이 제대로 사회 생활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회택 감독은 국가대표가 되었고 이후에는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활약했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월북자 가족을 감시하고 사회에서 격리하는데 앞장섰던 60~70년대 정권실세 중앙정보부에서 이회택을 영입해 해외 전지훈련까지 시키면서 밀어줬다는 것이다. 책을 보니 축구로 북한을 이기기 위해서였다.

"일제 강점기 말기 처녀들을 납치해서 데려간다는 소문 때문에 이회택의 부모는 조혼에 가까운 결혼을 했고, 1946년 이회택을 낳았을때 아버지 나이는 불과 열 여덟살이었다. 동시에 전쟁에 끌려가기 딱 좋은 나이였다. 이회택의 아버지와 삼촌을 한국 전쟁이 터지자 의용군으로 입대해 이후 월북했다. 젋다기 보다는 어렸던 이회택의 어머니는 개가했고 이회택은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났다. 월북자들의 가족이 박절한 대우를 받았던 세월이었지만 축구에는 연좌제가 적용될 여지가 없었던지 그는 한국의 고도 경제 성장기이자 한국이 아시아의 축구 강자로 떠오르던 60년대말과 70년대 한국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이회택은 1967년 연세대에 입학하여 훈련에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에 검은 지프가 들이닥친다. 감독 이하 학교 관계자가 설설 기는 가운데, 그는 지프에 태워져 어딘가로 실려간다. 그렇게 끌려간 곳이 양지팀이었따. 중앙정보부 직할 축구팀이었다. 바로 전해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8강의 신화를 쓰며 전세계를 경악시킨 북한 축구팀의 대성공에 배가 아프다 못해 찢어질거 같았던 박정희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의 축구 진흥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양지팀은 사실상의 국가대표팀으로서 당시로서는 천국 유람과 비슷한 격이었을 유럽 전지훈련까지 다녀오는 호강을 누렸다.


한국사를 지켜라를 읽으며 내 윗세대들이 살아간 시대, 내가 그때 그시절로 표현하는 60~70년대를 간접적으로마나 경험했다. 일부는 나도 겪은 일이었고, 일부는 말로만 들었던 것이었으며, 어떻게 저런일이 하는 일들도 있었다. 아무튼 그때 그시절에는 정말 별의별일들이 다 있었다. 


내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선생님이 집에 차있는 사람, 전세 사는 사람, 월세 사는 사람, 자기 집이 사람 손들어보라면서 이것저것 조사했고 국민학교인가 중학교까지인가 긴가민가 하지만 도시락에 보리밥이 들어갔는지 선생님한테 검사를 받았던 기억도 난다. 이런 얘기 해주면 설마하는 식으로 나오는 회사 후배들을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변했고, 나는 지금의 20~30대와 다른 세대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2권짜리 책 한국사를 지켜라는 교과서에는 없는 독립 운동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나도 책보고 처음 알게된 이들이 많다. 그런저럭 안다고 생각했던 그때 그시절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경험하게 할 뿐더러 읽는 재미도 있기에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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