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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pr 07. 2018

국민학교 시절 최강의 국가로 다가왔던 소련에 대한 단상

[북앤톡]박노자의 러시아혁명사강의를 읽고

국민학교 다닐때만 해도, 체육시간에 '멸공통일'을 다함께 외치면서 운동장을 뛰었다. 그리고 틈만나면 친구들과 미국과 소련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론의 결과는 거의 대부분 소련의 우세승. 당시 아무것도 몰랐던 철부지 국민학생들에게 소련 미국조차도 나약하게 보일 만큼,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랬던 소련이 어느날 갑자기 해체되고 실제로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세계 최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소련이 무너지다니...


이후 소련은 많은 이들에게 잊어진 존재가 됐다. 가끔씩 사회주의의 몰락을 상징하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이미지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읽은 박노자 교수의 '러시아 혁망사 강의'는 국민학교 시절 미국과 소련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논쟁한 이후 소련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준 계기였다.


예전에 읽은 스탈린  평전은 인물중심이어서 소련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러시아 혁명사 강의'를 통해 소련이라는 체제의 등장과, 그것이 세계 각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 좀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책을 보면 소련이라는 체제가 문제도 많았겠지만 지금 봐도 진보적이고 시민 친화적인 요소들이 많았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몇가지를 공유해 본다.


"소련 사회는 사적 소비가 대단히 억제되어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대단히 풍요로웠습니다. 책 외에는 소비할 수 있는 게 없어서였는지 독서광들이 아주 많았어요. 도서관이나 체육관, 문화궁전 등이 번성했고요. 함께 책을 읽는 독서회, 교외로 나가 여가 활동을 즐기는 조합, 시를 짓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임 같은 것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벌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려면 상당한 돈을 들지만, 제가 소련에서 자랄때는 체스를 두고 지질학과 고고학을 배우는 등 아주 많은 과외 활동을 했음에도 돈 한푼 내지 않았어요. 그 대신 빵을 사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했던 거지요. 어찌보면 소비에 들어가는 돈은 똑같은데 소비의 행태가 달랐다고도 볼수 있습니다.
소련은 여성의 권리에 비교적 민감한 사회였고, 여성들이 학자나 작가로 성공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의 여성 비율은 낮았어요. 콜론타이라는 독보적인 여성이 정치에 투신해서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지에서 세계 최초의 여성 대사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나이가 많은 남성지도자들어이썻브니다. 1920년대 초반에 소련은 동성 결론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국가였습니다. 혁명 이후의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제정 러시아때 있었떤, 그리고 그 당시에 대부분의 서바 국가에서도 존재했던 동성애에 대한 형벌이 부활돼요.
소련은 권력의 세습이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리 높은 관료라 해도 자식들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지요. 소련 공산당 총서기의 자식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시나요? 스탈린의 딸은 통역관, 흐루쇼프의 아들은 미사일 설계사, 브레즈네프의 딸은 번역가였습니다. 퇴직을 하면서 자신의 권력이 자식에게 이어지지 않은채 다른 관료에게 이전되다보니 아무리 나라를 운영한다 해도사적으로 생산 시절이나 권력을 소유할수 없었지요."


푸틴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지금의 러시아 국민들은 과거의 소련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책을 보면 절반 이상이 탈도 많았던 스탈린 시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겉보기는 자유롭고 살기 편해 보이는 지금의 세상이 실제로는 팍팍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런지....


지금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소련이라는 체제를 참고할 수는 없은 것일까? 소련을 다룬 책을 몇권더 읽어봐야겠다.


박노자 교수는 많은 이들의 눈에 왼쪼 저끝에 서 있는 사람이다.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정의당도 박 교수의 눈에 오른쪽에 있는 정당이다. 그러기에 그가 그동안 쏟아낸 메시지들은 한국에 사는 많은 이상적으로 비춰질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현실성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사 강의는 주의나 주장 보단 편한한 문장의 설명식이어서 러시아 혁명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거 같다. 읽기도 어렵지 않아 러시아와 소련이라는 존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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