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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pr 08. 2018

잘 모르는 사람이 제일 길게 쓴다

[북앤톡]카피공부의 저자가 강조하는 광고카피 가이드

외과 의사 출신의 핼 스테빈스가 쓴 '카피 공부'는 저가가 카피라이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짧은 메시지 형태로 쭉 나열해 놓은 책이다. 


저자가 1976년 세상을 떠났음을 감안했을때 최신 광고 카피 트렌드보다는 광고 카피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책으로 보면 될 듯 싶다. 광고 카피는 아니지만 나 역시 어텐션을 받아야 먹고 사는 글을 쓰는 입장인지라, 관심을 갖고 봤는데, 카피나 기사나 요구하는 기본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전문가들의 눈에 그렇게 보이겠지만 저자에게도 당시  광고 카피 세계는 문제 투성이였다.


 "우리는 오늘날, 광고와 마케팅이 크리에이티브 분야 종사자들에게 요구하는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방법론을 사용하고 똑같이 진부한 표현, 똑같이 지겨운 단어와 닳고 닳은 표현을 쓴다. 우리 중에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그냥 멜빵 단추만 다른 것으로 바꾼다. 기존의 편견을 그대로 둔채 배치만 새롭게 바꾼다. 마음이 열려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입만 열려 있다.
피타고라스는 사색이란 운반중인 아이디어라고 했다. 요즘 광고중에 이 고전적 척도를 충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될까? 카피를 편집할게 아니라, 그 카피를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을 편집해야 한다. 광고 페이지에 사람과 제품만 가득 채워놓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광고에는 이미지와 아이디어가 채워져야 한다. 단순히 언어의 뿌리에서 뻗어나온 말이 아니라 삶의 뿌리에서 나온 말로 채워야 한다. 말을 단련하는 법을 배우면 창의력을 키우는데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
제품속에서 드라마를 찾고 싶다면 깊이 파보면 된다. 드라마는 거기 있다.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이용하라. 이종교배를 사용하라. 차용하고 변형하라. 늘이거나 줄여라. 흔한 것을 흔치 않은 곳에 놓아라. 도저히 방법이 없다면 오래된 것을 새롭게 조명하기라도 해라. 새 색깔을 입히고, 새 이미지를 만들어라. 어차피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책에는 저자가 카피라이터들에게 강조한 메시지들을 수백개 담고 있는데, 와닿았던 것 몇가지만 골라봤다. 같은 내용을 가급적 짧게 써야 한다는 것은 후배들과 기사 얘기할때도 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저자도 카피는 짧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눈길이 많이 쏠렸다.

-매일 적어도 한 시간은 대뇌가 멀리 밖으로 돌아다니게 하라. 

-광고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라. 완전히 낯선것을 읽어라. 

-오늘 한일과 전혀 다른 글을 써라. 쓸게 없으면 연애편지라도 써라. 단 부치지는 마라.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가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온 결과다.

-케이크 만드는 모습을 한번 지켜보라. 밀가루를 체에 많이 칠수록 케이크의 질감이 오와진다. 훌륭한 카피는 언제나 체로 걸러야 한다.

-글을 카피하는 것은 쉽다. 생각을 카피하는 것은 어렵다. 생각이 분명하면 카피는 저절로 써진다.

-글자수를 두배, 세배로 늘려가면 결국에는 도통 뜻을 알수 없고, 귀에는 들리는데, 머리에는 남지 않는 글이 된다. 요컨대 짧을 수록더 좋다. 

-더 적은 말로 많은 이야기를 할수 있따면 소비자가 기억할 것이 더많아진다. 

-두려움은 대부분의 작가가 받는 천벌이다. 생각한대로 그대로 말하라.

-앉은 자리에서 눈으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페이지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지 마라.

-보통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두려워낳는 것을 금세 믿어버린다. 그런 다음에야 자신의의견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다. -요약하면 보통 사람은 이미 믿고 있는 것의 근거를 찾느라 정신 생활의 대부분을 소모한다.

-읽는 것은 좋은 것이다. 쓰는것은 더 좋다.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짧게 써, 말은 쉽다. 하지만 한입거리인 단어속에 산더미 같은 내용을 넣고 핵심을 알려주고 몇 안되는 문단으로 감명을 주고, 소비자의 인간적인 측면을 움직이고 호감을 일으켜 물건을 사게 하려면 이만저만한 재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글쓰기는 생각이 90%고 잉크가 10%다. 생각을 잘 갖춰놓으면 잉크가 뭉개질 일이 없다.

-언제나 자신의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제일 길게 쓴다.

-카피라이터는 보는 것의 자유를 즐겨야 한다. 카피라이터는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아야 한다. 알아야 얘기를 하지.

카피공부는 한번 읽고 끝내기 보다는 두고두고 필요할때 부담없이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시간을 들여 정독하기 보다는 책상 옆에 두고 틈틈히 펼쳐보는데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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