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를 읽고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세계 3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왓슨은 자신의 여러 책을 통해 디지털이 인간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강조해왔다.
니콜라스 카와 마찬가지로 리처드 왓슷도 디지털을 인간이 깊게 생각하는 능력을 잃게 하는 주범 중 하나로 꼽는다.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사고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내놓은 책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에서도 리차드 왓슨은 물리와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인간의 본성에 안좋은쪽으로 바뀔 수 있음을 반복해서 경고했다.
이를 상징하는 사례로 그는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를 들었다. 온라인에서 만난 김유철과 최미선이라는 부부가 아이를 굶기고 방치했다는 뉴스였다.
"이들 부부는 온라인에서 만나 사귀다가 결론했고 사건 당시에는 프리우스 온라인이라는 가상 현실에서 아바타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살아 있는 아이를 키우는 일보다 가상현실속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 보람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경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부부는 둘다 실직 상태였다. 진짜 딸은 집에 혼자 내버려둔채 아니마라는 깜찍한 이름이 붙은 디지털 딸을 돌보느라 서울의 한 PC방에서 하루 12시간씩 게임에 몰두하곤 했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이상한 사람들이 어쩌다 벌인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 왓슨은 소수의 일탈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깊게 빠져서 일어난 일이라고 무심히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기술 발전이 낳은 서글픈 우화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아주 크게 헛다리 짚은 것이다.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사람들의 감정을 반영해 프로그램된 지극히 똑똑한 기계의 시대에서 정체성, 목적의식, 친밀감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사회적 상호 작용, 중독, 일탈의 문제와 벅찬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구닥다리 뇌가 진짜 인간관계와 의사 사회관계인 가상 세계에서의 관계를 제대로 구별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사람의 판단력에 근본적인 변화가 왔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 메트릭스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한발더 나아간 주장이다. 우리는 그딸이 진짜이고, 그들의 가상현실속 딸은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분법적인 논리다. 인권과 동물의 관리는 일단 제쳐두고 과학자들은 일부 영장류와 새는 세살배기보다 더 똑똑하다. 일단 기술이 발전해서 디지털과 인간간 경계가 흐릿해질 정도가 되면 아바타와 로보스이 권리 문제가 부상할 것이다."
리처드 왓슨은 책에서 실리콘밸리식 사고를 거침없이 비판한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혁신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인간과의 공감 능력이 없는 이들이 주도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두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효율성중심의 사고가 확산될 수록 디지털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런 러니어, 니콜라스 카 등과 큰틀에서 비슷한 시각이다. 책에서도 니콜라스 카와 제런 러니어를 인용한 문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리차드 왓슨은 대안으로 인간을 위한 디지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런 디지털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다소 거룩하게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식 혁신이 과연 더 나은 세계로 가는 수단이 될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런지...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 논란 등을 계기로 거대 IT기업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