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김상욱의 양자공부를 읽고
양자역학을 너무 만만한한게 본 것 같다. 책한권 읽고 나면 대충 이해할 줄 알았더니,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뿐이다. 블록체인과 비교하면 어떠냐고? 블록체인은 그래도 개념은 그런거구나 하는 감이 잡히는데, 양자역학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 조차 만만치가 없다. 마치 철학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다.
김상욱 부산대학교 교수가 쓴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읽은 듯 만듯한 소감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책에 따르면 원자의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을 다루는 양자역학은 고정관념으로 보면 말도 안되 보이는 분야다. A는 A고, B는 B여야 하는데 양자의 세계에선 A는 A일수도 있지만 B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A에도 존재하고 B에도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차라리 노자와 장자를 공부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양자 역학의 스타트 라인은 바로 빛은 파동이면서도 입자라는 아인슈타인의 정의다. 빛은 파동이거나 입자 둘중 하나여야 하는데, 파동이면서도 입자라니...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입자가 파동의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양자 도약하는 전자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 역학이 나오면서 상황은 미묘해진다. 양자 역학적으로 전자는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보면 물론 한 장소에서만 발견된다. 하지만 전자가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틀림 없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수없이 이야기한 바 있다. 이것이 양자 역학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의 경험과 모순된다. 원자가 사는 미시 세계의 운동은 거시 세계와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훗날 보어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문제는 원자가 아니라 우리의 직관, 상식, 언어에 있다.
양자역학을 양자컴퓨터에 적용하면 중첩이나 결어긋남과 같은 생소한 용어가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중첩은 A에가 A일수도 있지만 B일수도 있다는 것의 컴퓨팅 버전으로 보면 된다. 양자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 단위로 처리하고 저장한다.
중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누이 이야기했듯이 결어긋남을 막아야 한다. 측정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결어긋남을 피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이 양자 컴퓨터의 실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무튼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가 유지되는 과정을 통해 연산을 수행하고 최종적으로 측정하여 결과를 얻는다.
RSA-130 정도의 수를 소인수 분해하고 싶지만 그러자면 많은 수의 큐비트가 필요하다. 문제는 큐비트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큐비트가 많아지면 결어긋남을 막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고양이로 이중 슬림 간섭 무늬를 보기 힘든 것이 비슷한 이유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양자 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과학자들도 많다
사티아 나델라와 같은 컴퓨팅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의 상용화 잠재력을 놓둘러싸고 김상욱 교수와 같은 물리학자들은 다소 보수적인 것 같다.
"2011년 D-웨이브 시스템이라는 회사는 128큐비트로 만들어진 양자 컴퓨터 D-웨이브1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128 큐비트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2012년에는 512큐비트 D웨이브2가 출시되었다. 2015년 8월에는 1152 큐비트를 갖는 D웨이브 2X까지 나왔다. 급기야 2017년 1월에는 무려 2048큐비트를 장착한 D웨이브2000Q가 출시되었다. 이렇게 큐비트의 숫자를 마구 늘리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대체 다른 연구자들은 뭘하고 있었던 것일까? 혹시 D웨이브가 사기는 아닐까? 놀라운 것은 나사같은 정부 기관과 구글, 록히드 같은 기업들이 수백억원을 지불하며 이것을 구매했다는 사실이다.
우선 D웨이브는 보통의 컴퓨터와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는 보통의 컴퓨터를 범용 컴퓨터라고 한다. 범용 컴퓨터는 많은 종류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는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동영상을 볼 수도 있고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따. 하지만 D웨이브는 오직 최적화하는 문제만을 푸는 특수한 기계다. 최적화라는 것은 가장 좋은 조건을 찾는 것이다. 나쁜 정도를 나쁨 지수라고 부르자. 최적화는 나쁨 지수가 가장 작아지는 조건을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D웨이브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분분하지만 비유를 들어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그랜드 캐니언을 생각해보자. 말그대로 거대한 계곡이다. 여기서 가장 낮은 지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마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발 고도를 측정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으리라. 설아 아주 낮은 지점을 하나 찾았더라도 그곳이 가장 낮은 지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 계곡 각 지점의 해발 고도를 나쁜 지수라고 하면 이것은 앞서 말한 최적화 문제가 된다.
D웨이브는 사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보니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이 정말 양자컴퓨터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 2014년 6월 19일 사이언스에는 D웨이브를 대규모로 테스트한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결론은 양자컴퓨터가 보여야하는 계산 속도의 획기적 증가가 없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하지만 2016년 구글은 D웨이브 2X를 이용하여 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고전 컴퓨터 속도의 1억배를 얻었다고 보고했으며, 2017년 D웨이브사에서는 D웨이브 2000Q로 가장 빠른 고전 컴퓨터 속도의 2600배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학계의 분위기는 D웨이브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만 말해 두겠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범용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D웨이브는 범용이 아니다. 오직 최적화 문제만 풀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