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플랫폼제국의미래에 비친 베조스의 최저소득제론
책과 외신 속에 비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따뜻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는 사람이다. 사람과 충돌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할말 못할말 다하는데다 소비자에게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원칙 지향적인 성격의 소유자같다.
밑에 직원들 잘 챙기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 아니라고 보는 듯한 성향도 많이 묻어난다. 그에게 핵심은 첫째도 소비자, 둘째도 소비자, 그다음도 소비자일 뿐이다. 이런 제프 베조스가 보편적 최저소득제도(기본소득)를 주장했다는 것을 어떻게 어떻게 봐야할까? 철저한 자본주의자에서 독일과 프랑스식 사민주의, 북유럽식 복지국가주의로 전향해서?
최근 플랫폼제국의미래에 따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베조스가 최저소득을 주장하는 까닭은 그의 비전에 인간이 차지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차지할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베조스가 종교처럼 여기는 소비자들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국 아마존이 무너지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마존의 물류 창고 내부를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왜 그럴까? 아마존의 내부 창고 내부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불안감을 주기까지 한다. 작업 환경이 안전하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한 것처럼 직원을 학대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다. 정신이 없는 이유는 학대 행위가 아예 없어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거기에는 사람이 없다. 제프 베조스가 최저소득제도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가 미래의 작업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적어도 그의 비전에는 인간이 차지할 일자리가 없다. 앞으로는 로봇이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을 더 많이 대신한다. 로봇은 인간 못지 않게 업무를 수행하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자녀를 데려와야 한다며 조기퇴근 따위의 성가신 요구도 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자사의 핵심 역량인 로봇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 시사토크쇼나 선거를 앞둔 정치인에게 원성을 들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2012년 아마존은 물류창고 전문 로봇 생산 업체 키바시스템스를 7억5000만달러에 조용히 인수했다.
성장이 끝난 2016년 소매유통업 환경에서도 아마존은 280억달러의 수익을 늘렸다. 100만달러 수익을 올리는데, 아마존과 메이시스가 필요로 하는 직원수를 놓고 볼때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아마존의 성장이 2017년 한해에만 소매유통업 분야 일자리 7만6000개를 파괴했다.
소비자 유통 분야의 미래를 가장 잘 내다보고 관련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현재 파괴되는 일자리를 대체할 일자리 창출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떄문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미 중산층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한채 굳이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하길 원치 않는지도 모른다. 이점을 공곰히 생각해보고 다음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아이들은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얼어붙었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진다.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게 최저 임금 인상 때문일까?
최저소득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베조스의 주장처럼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파괴되고 있고, 파괴되는 일자리를 대체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아닐까?
최저 임금이 옛날로 돌아가면 기업들이 로봇이나 AI로 대표되는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하려고 할까? 개인적으로 봤을때 그러지 않을 것이다. 사람보다는 기술을 통해 많은 일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이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제프 베조스가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소비자를 챙길 뿐 사회에 대한 걱정을 별로 안해온 듯 보이는 베조스까지 최저소득제를 주장하는 것은 로봇과 AI 기술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시대,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은 소득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말고는 대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의 고용 정책은 점점 ROI가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동화 기술이 저임금 일자리까지 빠르게 대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임금을 낮추면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는 것도 고정관념일 수 있다.
낮은 임금이 기업에게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임금이 높아지면 기술 혁신의 속도 역시 덩달아 빨라진다는 얘기도 있다. 세계 경제사라는 책을 보면 영국에 산업혁명이 먼저 일어난 것은 임금이 높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의 임금이 대부분 사람들이 귀리로 연명하는 정도가 아니라 빵, 쇠고기, 맥주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높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술과 관련해서 볼때 영국의 임금이 자본의 가격에 비해 높았다는 것이다. 1500년대 후반에는 자본 서비스의 가격과 비교한 임금이 영국 남부나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이 되자 자본에 대한 노동의 가격이 대륙의 국가들에 비해 영국에서 60% 더 비쌌다. 아시아와 비교할 수 있는 최초의 시기는 19세기 초반인데, 당시에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에 비해 인도에서 노동의 값이 더욱 쌌다. 따라서 생산을 기계화할 인센티브가 인도에서는 더욱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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