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세계경제사를 읽고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많은 이들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하필 영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났을까?
여러 앵글이 있겠지만 최근 읽은 책 '세계경제사'에 따르면 영국의 높은 임금이 산업 혁명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세기 당시 영국의 경우 사람을 쓰는 것보다 자본을 투입해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투자대비효과(RO)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 반면 다른 나라는 자본을 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물건을 만드는 것이 기업들에겐 남는 장사였다.
"영국의 임금이 대부분 사람들이 귀리로 연명하는 정도가 아니라 빵, 쇠고기, 맥주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높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술과 관련해서 볼때 영국의 임금이 자본의 가격에 비해 높았다는 것이다. 1500년대 후반에는 자본 서비스의 가격과 비교한 임금이 영국 남부나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이 되자 자본에 대한 노동의 가격이 대륙의 국가들에 비해 영국에서 60% 더 비쌌다. 아시아와 비교할 수 있는 최초의 시기는 19세기 초반인데, 당시에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에 비해 인도에서 노동의 값이 더욱 쌌다. 따라서 생산을 기계화할 인센티브가 인도에서는 더욱 작았다."
단순히 높은 인금만으로 영국발 산업혁명을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다. 영국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하다보니 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에너지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특히 북부와 중부 탄광 지역에선 에너지가 세계에서 가장 쌌다. 따라서 다른 어떤 지역에서보다 영국에서 노동과 비교한 에너지 가격이 훨씬 낮았다. 이러한 임금과 가격 차이의 결과 영국 기업들은 값싼 에너지와 자본을 더 많이 사용하여, 값비싼 노동을 절약하면 이윤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많은 자본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영국 노동자들은 더욱 생산적이 되었다
그들이 발명한 기계들이 노동을 절약하기 우해 자본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노동이 비싸고, 자본이 싼 곳에서, 기계를 사용하면 이익이었는데, 영국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기계가 이익이 되지 않았따. 이것이 바로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다.
임금 수준과 기계화의 관계는 미국에서 동력 방직기가 도입되는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력 방직기는 자본 비용을 크게 높였고, 노동 비용을 크게 낮추었다. 따라서 동력 방직기의 도입은 두가지 직조 방법의 상대적인 효율성 뿐 아니라, 요소 가격에도 민감했다. 그러므로 동력 방직기가 영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욱 빠르게 도입되었다는 것은 특히 특히 중요한 일이다. 1820년대에 미국의 임금은 이미 영국보다 높았다. 기술 혁신의 패턴은 바로 그 차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선진국의 높은 임금은 자본의 사용을 증가시켜, 노동을 절약하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했다.이는 진보를 촉진하는 연쇄 순환을 낳았다. 높은 임금이 더욱 자본 집약적인 생산을 촉진했고, 이는 또한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선순환이 선진국에서 소득이 증가하는 기초가 되었다.
서구 선진국들은 더 높은 임금이 노동절약적인 기술의 개발로 이어지고, 이 기술을 사용하면 노동 생산성과 임금이 상승하는 발전의 궤적을 경험해왔다. 이러한 사이클은 반복된다. 오늘날 가난한 국가들은 엘리베이터를 놓쳐 버렸다. 이들 국가에서는 임금이 낮고, 자본 비용이 높아서, 낡은 기술로 생산해야 하고, 따라서 소득이 낮다.
요즘 최저임금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세계경제사의 저자 로버트C 앨런의 말대로라면 임금이 높아지면 자동화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현실적으로 피하기 힘들어진다.
1차산업혁명기에는 자동화로 고급 일자리가 새로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사람의 판단까지 기계가 대체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고 임금을 낮추면 기업 입장에선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떨어질 수 있다. 둘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대단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딜레마를 모른채 그냥 놔두는 것은 최악의 카드다.
임금을 올려 기업들로 하여금 자동화 혁신에 더욱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그에 따른 생산성 증가의 혜택을 가급적 사회가 폭넓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그래도 거꾸로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공유의 폭에 따라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카드를 꺼낼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위원회까지 만들어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