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카오스멍키를 읽고
카오스멍키는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이 스타트업 창업 및 경영에 대한 경험과 조언을 담은 책인데, 촌철살인급 비유와 위트가 넘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읽는 재미로만 보면 지금까지 읽은 스타트업 창업 관련 책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퀀트 출신으로 애드테크 회사를 창업해 트위터에 매각한 경력을 거쳤는데, 술술 읽히는 문장에 새겨들을만한 메시지를 버무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거나 준비중인 분들에게 추천.
저자는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체면과 명분, 그리고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창업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창업가는 마키아벨리즘은 기본이고 감옥갈 일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두꺼운 얼굴을 지녀야 창업 이후의 불확실성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거의 소시오패스 수준의 멘탈을 갖춰야 한다.
"소시오패스가 돈을 버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스타트업 창업이다.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부디 알려주기 바란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테니까."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빌 게이츠나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저자가 강조하는 창업가 유형이다. 우아하게 성공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빌게이츠는 시애틀의 부유한 귀족집안 출신이었다. 1980년대 초반 그의 어머니는 당시 IBM의 CEO였던 존 오펠과 더불어 유나이티드웨이 집행위원회에 몸담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아들인 윌리엄 헨리 게이츠 3세는 새 시대를 연 IBM과 PC에 맞는 코드 컴파일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미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IBM이 진정 원한 것은 운영체제, 즉 메모리를 관장하고 프로그램을 구동할 핵심 코드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럴 역량이 없엇음으로, IBM을 개리 킬달이 운영하던 회사에 소개해주었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킬딜이 자가용 비행기를 모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에 IBM 대표가 회사로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회사의 비즈니스 매니저였던 그의 아내는 IBM의 공격적인 비밀유지협약에 서명하기를 거절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앙심을 품은 IBM은 다시 게이츠에게 돌아와 운영체제르 만들어달라고 청햇다. 철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을 알아챈 게이츠는 운영체제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하고는 시애틀 출신의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서, 킬달의 운영체제를 본뜬 프로그램을 만든뒤 QDOS라는 이름을 붙였다.
35년뒤로 달려가보자. 현재 게이츠는 세계적인 자선 사업가로서,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며 자기 힘만으로 말라리아를 척결하고 있다. 킬딜은 결국 알코올 중독에 빠져 몬테레이의 바이커 바에서 향년 52세로 수상한 상황에서(아마도 취객끼리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저자에겐 스티브 잡스도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스티브 잡스는 숨막힐듯한 야망, 무자비한 권력의지, 그리고 나르시즘에 들뜬 자부심의 소유자였다. 그와 실제로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좋은 취향을 지닌 그저 그런 엔지니어로 남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알아보는 눈, 자신을 위해 미친듯이 일하도록 설득하는 힘, 그와 동시에 경쟁자를 물리치는 능력이 있는 것 뿐이라고 했다."
저자가 게이츠와 잡스의 예를 들어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IT창업이라는 업계는 투명성과 원칙을 지키는 혁신을 가정하고 잘 다린 셔츠와 근엄한 사회적 예절에는 반항하는 척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놀라우리만치 보수적인 곳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자신의 공적 이미지를 빅토리아 시대 숙녀가 코에 파우더를 눌러 바르듯, 다듬는다. 그리고 마케팅을 잘한 자신의 외관에 해가 되는 것은 뭐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전통적인 산업이나 정치판에 비하면 나쁘지 않지만, 분명 그보다 더 낫지도 않다.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이나 진짜 규칙은 없고 법만 있을 뿐이며 그 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결국 성공은 모든 죄를 용서해준다. 게이츠와 잡스에게 그랬고 무수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지금도 그러듯이. 거인 골리앗에 맞서 돌팔매를 썼다고 해서, 다윗을 비난하지는 않지 않는가."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확실한 것은 지성은 아니다. 버클리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을 당시 나는 하위 3분의 1에 속했고 예비 시험을 세번이나 친 뒤에야 통과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창업자는 분명 재주도 있고 머리도 빨리 돌아가지만 내가 학계에서만나본 공인된 천재와 비교해 보면 그들이 필즈상이나 노벨상을 탈일은 없을 터였다.
기술적 역량도 아니다. 나는 별볼일 없는 프로그래머로, 최선을 다해도 엉성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일부 창업가는 기술의 거장인 경우도 있지만 내 생각에 대부분의 창업자는 컴퓨터공학 수업에서 우둥을 차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특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아이디어도 아니다. 구글의 광고 구매툴을 5분 이상 이용해본적이 있고, 그 똥덩어리가 연간 70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애드그로크가 왜 필요한지 알수 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처럼 비교적 선지적인 스타트업 아이디어도 있지만 드롭박스 등 많은 스타트업은 기존의 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하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악'이고 '깡'이다.
"내 보잘것 없는 경험으로 미루어보자면 미미한 수준을 막론하고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를 결정하는 두가지 성향이 있다. 첫째 삶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한가지 일에만 편집증적으로 집착하며 집중하는 능력이다. 나는 애드그로크 사무실에서 막고 자고 쌌다. 애드그로크에 집중하느라 마운틴뷰에 있는 쓰레기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스카이프 창을 통해 딸이 자라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이런저런 IT업계 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사교생활도 전혀 없었다. 행사가 열리면 애드그로크 티셔츠를 입고 가서 전혀 관심조차 가지 않는 사람들과 IT와 관련된 잡담을 나누곤 했다. 가끔 체육관에 가는 것 외에는 취미생활이나 외부 활동도 전혀 없었다. 2년간 돈과 주말을 쏟아부어 고친 내 보트는 태양빛 아래 점점 녹슬어갔다.
둘째로 무한한 양의 똥더미를 헤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나는 끝없는 조롱과 학대를 퍼붓는 것을 즐기던 열살 위 누나의 사디스트적인 보살핌 아래 자랐다. 아버지는 모든 면에서 폭군같았다. 잔인한 깡패들과 차갑고 초연한 신부님들도 가득한 카톨릭 남학교에서 수년을 보냈다. 당시 우리는 서로를 두들겨 패고 자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생활비가 비싼 도시에 사는 땡전 한푼 없는 대학원생으로서 6년간 근근히 입에 풀칠하는 생활을 견뎌냈다. 3년간 월가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회사에 몸담고 사상 최악의 시장에서 재앙을 버텨냈다. 짧게 말해 화이트칼라들이 겪을 법한 고난의 범위내에서 내가 견뎌낼수 없는 일은 없었다. 스타트업에도 분명 재미있는 요소가 있을 텐데 왜 이렇게 김새개 구느냐가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창업자로 살다보면 내가 세상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도 분명 있다. 저명한 투자자를 설득해서 내가 생전 듣고 보도 못한 거액의 수표를 받아내고 거의 바닥을 보이던 계좌에 보통 사람이 평생 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입금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시한 제품이나 블로그에 쓴 글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 그순간 만큼은 IT업계의 화젯거리로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 보다는 마음을 괴롭히는 의심, 토할것 같은 불안, 끝없는 간난 산고가 훨씬 많다.
동업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동지애가 나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스포츠나 전쟁에서도 동료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진심이 종종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주곤 한다. 하지만 동업자나 끈끈한 전우애가 없다면 순수하고 완고한 고집만으로 이 모든 고생을 견뎌내야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얼굴에 직격타를 맞고 이튿날이면 또 맞으러 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적이 있는 것은 도움이 된다. 사람은 분명 아름다운 감정이다. 하지만 제국을 세우고 책을 집필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싸움에 이기고, 야망을 현실화하는 일은 나를 비판했던 사람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픈 앙싱어린 갈망이나 적이 들이미는 존재적 위협에 바탕을 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랑은 물론 위대하지만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은 증오와 두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