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Jul 31. 2018

법률가 시장 그리고 수요와 공급 법칙의 역설

[북앤톡]검새내전 저자가 변호사수 확대에 비판적인 이유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호사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한국 사회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동안 변호사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지 않은 지위를 활용해 고수익을 올리는 직업으로 통했다. 변호사를 통해 법률 서비스를 받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변호사수를 늘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공급을 늘리면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현직 검사로 있는 김웅씨는 자신이 쓴 책 검사내전에서 변호사수 증가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분쟁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급을 늘려서 수요를 맞추려는 접근 방식으로는 법률 서비스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냥 오히려 문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공급을 늘리면 균형을 찾을 것이라는 논리는 법률 서비스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법률 시장은 도로와 비슷하다. 길이 막히면 항상 도로를 넓여야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을 깎고 논밭을 메워 도로를 만든다. 새 도로가 생기면 처음에는 길도 뻥뻥 뚫리고 좋다. 하지만 애써 만든 도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차들로 가득 찬다. 신기한 일이다. 그럼 또 도로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률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송 비용이 올라가고 법률 시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 변호사를 늘리자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공급이 수요를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공급은 수요 뿐만 아니라 필요도 만들어낸다. 프레온 가스 대체재가 개발되자 느닷없이 프레온 가스가 극지대의 오존층을 파괴하여 인류가 결국 태양풍에 타 죽을 것이라는 살벌한 연구 결과가 나왔던 것을 기억해 보라. 그뿐 아니다. 비만약이 개발되자 갑자기 살찌는게 병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공급은 그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이 가장 잘 입증되는 곳이 법률 시장이기도 한다.도로를 넓히면 그만큼 차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법률가가 늘어나면 법적 분쟁과 소송도 늘어난다. 늘어난 변호사들이 갈증과 분쟁을 유발하고, 소송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미국을 예로 들었다.


변호사의 나라 미국의 사례를 보자. 100만명 이상의 변호사가 들끊고 있는 미국이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1740년 메사추세츠 주 전체의 변호사수는 15명에 불과했다. 100여년이 지난 1850년에도 미국 전역의 변호사는 2만197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때를 기점으로 변호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세기초에는 11만명으로 증가했고, 21세기 초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야에서의 소송도 증가했다. 주로 불법행위책임소송이 그 대상이었다. 그중에는 실소를 금치 못할 소송도 적지 않았다. 종업원이 자기에게 커피를 쏟았다거나 물걸레질을 한 식당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수백만 달러를 보상받기도 하고, 심지어 남의 집에 침입하다 상해를 입은 강도가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집관리를 부실하게 하여 자신이 침입하다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수로 불어난 변호사들은 먹거리를 찾아 점차 새로운 영업 영역을 만들어야 했다. 그중에서 돈도 많고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의료계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구급차를 따라 다니는 변호사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변호사들이 들러붙었다. 그런 분위기에따라 20세기 후반 부터는 의료과오소송이 빈발했다.
의료 과오 소송에 시달리던 병원들은 아주 희박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고, 결국 불필요한 검진과 고가의 진단장비 사용을 증가시켰다. 당연히 이것들은 의료비를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렸다.
실상 모든 소송의 승자는 언제나 법률가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법률가를 꿈꾸고 있다. 진정 세상을 바꾸는 일은 아니지만 손해 보는 일은 결코 없는 수지 맞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남의 싸움 구경도 재미있는데 돈까지 버룻 있으니 일석이조에다 금상첨화다. 그러다보니 법률가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법률가가 늘어나면 법률 시장의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들도 그런 추세를 점점 강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대안으로 가급적 소송으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중재와 합의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강화할 것을 강조한다.  사회가 점점 전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 아니면 도 식의 소송은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도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법률 서비스란 되도록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목적지가 바로 집앞이라면 굳이 차를 타고 갈 필요가 없듯이, 법률 서비스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법률 서비스는 보약이 아니다. 불가피할 때 부작용을 각오하고 어쩔수 없이 택해야 하는 일종의 치료약이다. 소송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이라곤 다시는 송사에 휘말리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 정도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블록체인은 제3의 중개기관을 해체할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