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번역전쟁 저자의 과감한 앵글 뒤집기
소유의 종말 등을 번역한 이희재씨가 번역전쟁. 제목만 보고 그냥 번역에 관한 에피소드나 개인적인 생각 등을 다룬 것같아 집어들었는데, 내용을 보니 국제 정치판에 대한 책이다.
읽을면 읽을수록 고정관념을 깨는 얘기들이 쏟아진다. 저자는 텍스트로 존재하는 참고 문헌들을 기반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사실들이 실제로는 조작에 의한 결과일 수 있다는 앵글로 북한부터 인턴 사원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를 책에 담았다. 전체적으로 금벌이세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가장 원인이라는 입장인것 같다.
몇가지만 꼽아볼까 한다. 우선 프랑스 국민전선에 대한 얘기다. 프랑스 국민전선하면 프랑스의 극우정당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당의 지지율이 점점 올라가는 것은 프랑스 사회에 큰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희재씨는 책에서 국민전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장마리 르펜이 세웠고 그뒤를 이어 딸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의 국민전선을 극우라고 부르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전선은 물론 외국국 이민지자가 프랑스에서 늘어나는데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이민지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반대하는 것은 국민전선 지지자만의 성향도 아니고, 프랑스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국내외에서 극우로 지탄받는 마린 르펜이 어쩌면 프랑스의 진정한 우익 지도자인지도 모릅니다. 마린 르펜은 좌파와 우파를 통틀어서 프랑스의 기성 정치인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나토군의 리비아 침공을 규탄했고, 시리아 개입도 강하게 비판했거든요. 마린 르펜이 프랑스의 대외 전쟁이 반대한 것은 그가 평화주의자여서도 아니었고 반전 주의자여서도 아니었습니다. 마린 르펜이 전쟁에 반대한 것은 프랑스로 쏟아져 들어올 난민을 우려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리비아나 시리아를 침공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랑스가 원조를 하는 것이 프랑스의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역설했지요.
1차대전과 2차대전의 원인과 관련해서도 저자는 독일이 아니라 영국을 원인으로 꼽는다. 독일은 전쟁을 하려고 한게 아니라 자기 몫을 약간 주장한것 뿐인데, 영국이 상황을 전쟁쪽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영국은 독일에게 영국은 유럽 분쟁이 개입할 뜻이 추호도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러시아를 통해 세르비아가 강경하게 안나가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발칸에서 충돌이 빚어져도 국지전에 그칠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독일에게는 있었습니다. 독일은 국지전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걸 막으려고 애썼습니다. 독일은 영국에게는 프랑스가 참전할 경우, 프랑스와 싸우기 위해 중립국 벨기에의 국토를 불가피하게 지나더라도 절대 벨기에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겠으며 피해는 전후에 고스란히 보상하겠으니 영국만이라도 중립을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독일 황제는 러이사 황제에게도 다시 호소했고, 결국 러시아 황제는 독일로 특사를 보내 평화안을 강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영국은 끝까지 독일을 기만햇습니다. 황제는 영국 왕에게 프랑스의 중립을 영국이 보장하면 프랑스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왕은 오해였다고 회신했습니다. 또 한번의 지연 전술이었습니다.
독일의 선전포고는 미숙한 대응이었습니다. 러시아, 프랑스, 영국,처럼 먼저 동원령을 내려놓고 선전포고는 뒤로 미루었어야 했습니다. 안그러는 바람에 독일이 전쟁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쓰게 되었으니까요. 반면 다른 나라들은 동원령을 미리 내려놓고 선전포고는 뒤로 미루었습니다. 독일이 공격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영국의 시나리오를 충실이 이행한 셈이지요. 운동장에서 한 아이를 실컷 괴롭히고 왕따시키다가 그 아이가 참다 못해 용기를 내서 대들면 기다렸다는 듯이 깡패라며 일제히 성토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영국 외무장관은 내각과 의회에 독일의 벨기에 중립성 보장 제의를 숨겼습니다. 영국 의회가 중립을 원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였습니다. 1차 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은 독일이 아니라 영국이었습니다.
1차 대전이 영국 금벌이 주도해서 일으킨 전쟁이었다면 2차 대전은 미국 금벌이 주도해서 일으킨 전쟁이었습니다. 독일은 폴란드 서부를 점령한 뒤, 바로 평화안을 내놓았습니다. 단치히, 동프로이센 연결 구역만 뺴고 독일인이 많이 살던 서프로이센을 포함해서 나머지 폴란드 점령지에서는 바로 철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거부했습니다.
2차 대전동안 독일은 영국에게 스무번도 넘게 다양한 경로로 평화안을 제시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왜 평화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2차대전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외교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한 외무성 고위 관료 로버트 반시아트는 1940년에 이미 영국의 적은 나치즘이 아니라 독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독일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그는 믿었습니다. 영국 금벌은 1차대전떄는 독일의 강력한 공업 생산력을 무너뜨려야 했고 2차 대전떄는 독일의 실업자를 없애는 독립된 금융체제를 무너뜨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카를 프리드리히 괴르델러 같은 반나치주의자, 요제프 괴벨스 같은 나치주의자를 구분하지 않고 독일쪽의 평화 제의는 모조리 거부했던 것입니다.
러시아와 푸틴에 대해서도 저자는 왜곡된 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가짜뉴스라는 말이 얼마전부터 세계 주요 언론에서 자못 심각하게 다루어집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출처도 근거도 박약한 뉴스들이 무책임하게 유포되면서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가짜뉴스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RT 같은 러시아 언론이 서양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보도가 뉴욕타임스, BBC 같은 서방 주류 매체에서 이틀이 멀다 하고 나옵니다. RT는 일체의 광고 없이 러시아 국민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공용 방송인 것은 맞지만 RT에서 일하는 언론인 중 상당수는 기존의 영미 주류 언론에서 일하다가 절망감을 느낀 언론인입니다.
권력 세습을 비웃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 세상의 법과 여론을 금권으로 주무르는 세력에 맞선다는 것은 몇년에 승부가 날 손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련 붕괴로 서방 금권 세력과 그 하수인들에게 거덜이 난 러시아가 미국의 깡패짓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을 되찾게 된 것은 푸틴이 2000년 집권한 뒤로 안정적으로 러시아를 꾸려온 덕분입니다. 푸틴을 서방 언론에서는 악마로 그리지만 러시아 국민의 90% 가까이가 푸틴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푸틴이 물러난 뒤 러시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북한에 대한 주장도 도발적이다. 북한이 나름 안정돼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부분도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사실 남과 북은 6.25 이전부터 자주 교전을 벌였지요. 1949년 5월 4일 개성에서 일어나 충돌의 경우 미국과 한국 발표에 따르면 남쪽이 먼저 공격한 경우입니다. 나흘 동안의 교전으로 인민군 400명, 한국군 22명, 민간인 100명이 죽었습니다. 만약 이때 북한이 전면 공세로 나왔다면 6.25 전쟁은 5.4 전쟁으로 명칭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고, 전쟁은 북침으로 기록되었을테지요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은 홍수가 나도 피해복구는 커냥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했을 테지만 지금은 단숨에 피해를 복구해서 인민에게 무상으로 집을 다시 지어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뒤로하고 북한은 이제 광물자원만으로도 후손을 먹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금값이라는 희토 광물의 최대 생산국 중국에 매장된 희토는 2천만톤이 채안되지만 북한은 정주 한곳에매장된 희토가 2억톤이 넘습니다. 중국의 10배가 높습니다. 중국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입니다.
자기 나라가 갈나갈때 자기 나라에서 자긍심을 갖고 자기 나라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유치원생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나라가 시련에 처했을 뿐 아니라 모두에게 손가락질까지 당할떄 자기 나라의 저력을 믿고 견뎌내는 것은 더욱이 남에게 피해를 전가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힘으로 버텨내는 것은 문명인만이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파워가 커지는 것도 경계의 대상으로 꼽힌다.
대선토론에서는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싸웠지만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거리는 생각만큼 멀지 않습니다. 힐러리의 딸 첼시와 트럼프의 딸 이반카는 친구 사이입니다. 첼시와 이반카는 남편이 유대인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케이건 집안을 비롯해서 힐러리와 가까운 권부의 핵심 인사들도 유대인이지만 힐러리의 사위인 마크 메즈빈스키도 유대인입니다. 트럼프가 신임하는 정책 참모는 유대인 사위 제러드 쿠시너입니다. 힐러리의 딸 첼시는 남편은 유대인이어도 본인은 감리교 신자로 남아 있지만 트럼프의 딸 이반카는 유대교로 개종까지 했습니다.
저자의 글은 내가 정설로 알고 있던 많은 것들을 뒤집는다. 뒤집는다기 보다는 앵글을 바꿔 앞뒤 상황이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게 맞을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점점 주류의 논리, 다시 말해 금융과 기업을 위한 자본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편해도 내놓고 반박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인데, 저자의 대담한 앵글이 인상적이다. 머리에 주는 충격이 상당한 책이다. 저자의 글발도 좋아 읽는 맛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