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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Aug 23. 2018

가급적 안하는게 좋다...조언과 충고의 경제학

[북앤톡]거의모든경제학을 읽고

예상대로 분열은 시작됐다. 진원지는 경제다. 촛불을 함께 들었던 이들 중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저 임금제, 주52시간 근무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놓고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대립하는 장면이 이미 여기저기서 연출되고 있다.


좁혀서 보면 분배를 어느정도 고려하는 경제로 가자는 쪽과 가급적 탈규제에 초점을 맞춘 자유시장주의자간 대결 구도다.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는 자신의 책 '천관율의줌아웃'에서 이것을 리버테리언과 사민주의 구도로 정리했다.


리버테리언은 땀흘려 노력하지 않고 혜택을 보려는 무임승차를 혐오하는 반면, 사민주의는 국가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리버테리언에 무임승차로 비칠 수 있는 지원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한쪽에 맞고 어느 한쪽은 틀린 것은 아니다. 세계관의 차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리버테리언으로의 성향이 적지 않지만 큰틀에선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보는 쪽이다.특히 집사는데, 인생을 걸지 않고, 애들 교육 시키느라 허리가 휘지 않고, 큰병에라도 걸리면 병원비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도 파탄날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다면, 세금이 늘어나는 것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은 여기에 반대한다. 나름 반칙하지 않고 세상 사는 분들 중에서도 다수가 효율성을 이유로 분배에 무게가 실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불편해 한다. 분배를 강화하는 정부 행보를 뭘 모르는 철부지로 평가하는 자유주의자들도 종종 눈에 띈다. 존중하려 하지만 이런 태도가 가끔은 불편하게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반칙하고 사는데 익숙한 이들이 그러면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이 정부 정책을 불편해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트레이더로 활동하며 거의모든 경제학 등 책과 블로그를 통해 글도 많이 쓰는 김동조씨도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요즘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수시로 직격탄을 날린다. 특히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며 해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그의 트위터를 보다 보면 가진 사람들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도 풍겨 좀 예민해 질때도 있다.


그러나 '거의모든경제학'을 보면 김동조씨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뿐, 기득권을 옹호하는 가치관의 소유자는 아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그렇게 보인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거의모든경제학에선 결혼, 연애, 공부, 취업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이슈들이 경제학의 관점에서 해부된다. 나온지 몇년됐는데, 지금 읽어도 철지났다는 생각이 느낌은 들지 않는다. 좋은 책이다.  책에 나온 내용 중 조언이나 충고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대목을 하나 공유할까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선의로 충고하는 것도 어렵고 이처럼 어려운 마당에 연배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충고하기가 쉬울리 없다. 이를테면 보스가 말도 안되는 일을 시킬 때 그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그일을 중단시키려는 것은 너 바보 아니냐?라고 지적하는 것과 같다. 그런 설득을 이성과 논리에 따라 정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상하 관계에 따른 고정 관념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자기의 의견과 다르면 반감부터 품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럴떄는 일단 보스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좋다.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일이 비용은 크고 편익은 작다는 것을 여러 방법과 경로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 정보를 접한 보스는 대개 그 일을 알아서 접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한 자신의 명석함에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일이 비단 상사와 부화 직원사이에만 일어날 리 없다. 생각과 행동이 바보 같다고 지적하는 걸 달갑게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 


김동조씨는 글도 많이 쓰지만 책도  많이 읽는다. 지금은 책을 읽는 자체가 좋아서라기 보다 책을 읽은 뒤,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아서 책을 읽는다. 정제된 그의 글은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오고 있을 것이다. 나의 내공으로 김동조씨와 경제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예리한 언어로 공격하는 그를 내가 논리로 상대할 수는 없다. 디테일로 붙으면 백전백패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있다.  장하성 말고 장하준식의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가 트위터를 통해서도 나름 높게 평가한 변양균씨는 자신의책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한국이 혁신 경제로 도약하려면 케인즈식 유효 수요 확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 전략으로 없는 수요를 창출하는 카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복지강화를 패키지로 묶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거의모든경제학에서 김동조씨가 사용하는 언어는 대단히 정제돼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글쓰기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의 트위터는 느낌이 좀 다르다.  책과 비교하면 직설적인 표현들이 많다보니 걸릴때가 종종 있다. 요즘에는 더 그런것 같다. 거의모든경제학과 같은 스타일로 트윗을 써주면 토론할 수 있는 거리도 많을 것 같은데...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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